'감빵생활' 박호산 "혀 짧은 소리 아직 안 풀리네요"

입력 2018-01-15 13:13
수정 2018-01-15 13:24
'감빵생활' 박호산 "혀 짧은 소리 아직 안 풀리네요"

"어려운 극단생활, 지게차 끌며 아들 셋 키워…더 많은 매체 도전할래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부닥용요? 디금도 혀 딸븐 소리가 나와요."(부작용요? 지금도 혀 짧은 소리가 나와요)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분, 이하 카이스트)의 혀 짧은 발음은 시청자들에게도 전염됐다. 그가 지난주 이감으로 갑자기 퇴장하자 온라인에는 '문내동 도다와(문래동 돌아와)'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호산(본명 박정환·46)은 "저도 갑작스러운 퇴장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며 "많은 분이 '도다와' 해주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캐릭터 인기에 대해 "혀 짧은 발음이 주는 '비어 보이는 느낌' 덕에 친근했던 것 같다. 욕해도 밉지 않고 철도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호산은 이날 극 중 모습 그대로 반(半)백발로 나타났다.

"이게 제 원래 머리예요. 마흔 넘어서부터 이랬어요. 다른 작품에선 염색했던 거고요. 신원호 PD가 '카이스트는 51세니 그냥 원래 머리로 가시죠' 해서 염색을 안 했는데 이걸 더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 아, 혀는 원래 짧은 거 아닙니다. (웃음)"

박호산의 전매특허가 된 혀 짧은 발음은 많은 배우가 기피하는 연기다.

"대사 전달이 어려우니 배우들이 사투리보다 하기 싫어하죠. 그동안에는 심형래 선배님이 유일했을 걸요. 저 역시 틱 장애나 다운증후군 연기는 해봤어도 혀 짧은 건 처음이었어요. 많은 방법을 연구했는데 혀끝이 혀 중간에 있다고 생각하고 빨리 말하니 오히려 잘 들리더라고요."

박호산은 이번 드라마 오디션에서 조주임, 교도소장, 나과장, 고박사, 팽부장 등 대부분의 역할을 시도했는데 결국 카이스트로 낙점됐다.

"신원호 PD가 영화 '족구왕'과 연극 2개를 봤다면서 절 불렀어요. 그런데 역할 결정을 빨리 못하기에 제가 '누굴 줘야 할지 모르겠는 역할을 달라. 내가 디자인하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신 PD가 '다른 분들은 카이스트를 시키면 혀가 짧아지면서 지능도 같이 낮아진다. 잔머리가 살아있는 카이스트를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센 캐릭터' 카이스트는 퇴장도 강렬했다. 아들이 있는 것도, 그 아들에게 간을 이식해준 것도, 갑자기 이감된 것도 모두 한 회에 몰아친 반전이었다.

박호산은 "마지막이 신파로 가지는 않았으면 해서 '드라이'하게 연기했다"며 "'간 떼줬으니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카이스트의 철없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2상6방' 멤버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둘째 형인데 '재롱'을 담당했죠. (웃음) 현장은 치열했어요. 조연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라 서로 원 없이 연기하되 '오버'하지 않았죠. 예전에 2인극도 같이했던 '해롱이' (이)규형이는 원래도 번뜩이는 친구였지만 이번에 정말 칼을 갈아왔더군요."



박호산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극단 연우에서 연기를 시작했으며 이후 영화, 드라마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하셨어요. 하루는 도배 일을 하는데 손님이 '햄릿' 연극 표를 줬대요. 전 그걸로 대학로에 갔죠. 조명 아래 배우가 '죽느냐, 사느냐' 외치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때부터 제 꿈은 배우였어요. 날마다 대학로에 가서 '공짜로 좀 보여달라'고 졸랐죠. 그럴 때마다 받아준 게 극단 연우였고요."

많은 연극배우가 그렇듯 그에게도 배고픈 시절은 길었다.

"아들만 셋이에요. 제가 지게차도 끌고, 고층건물 유리도 닦으면서 키웠어요. 집도 사고, 아이들 편하게 키울 수 있기까지 20년이 걸렸네요. 첫째는 군인인데 내무반에서 이번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해 준대요. 둘째는 전화 와서 카이스트 발음으로 친구들한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해달라고 조르고요. 요즘 행복합니다."

그는 최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 즐겁다며 "다양한 매체에서 대중과 만나고 싶다. 연극은 관객이 찾아오지만 드라마는 제가 안방까지 찾아갈 수 있어서 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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