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흉내내는 희귀나방, 말레이 숲속서 126년만에 모습 드러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벌을 흉내 내 천적의 눈을 피하는 희귀 나방이 무려 126년 만에 말레이시아의 한 숲 속에서 발견돼 관심을 끈다.
14일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폴란드 그단스크 대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마르타 스코브론 볼포니는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 따만느가라 국립공원에서 광택이 도는 날개를 지닌 특이한 벌을 찾아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이 곤충은 벌의 흉내를 내는 희귀 나방인 '동양푸른유리날개나방'(학명 헤테로스페치아 타우오노이데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푸른유리날개나방은 1887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오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채집된 이후 126년 동안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종이다.
이 나방은 다리 형상이 벌과 유사하며, 배 부분에는 옅은 띠가 둘러져 있다.
푸른벌의 몸에 난 털까지 금속성 광택이 나는 푸른 인분(鱗粉)으로 재현해 놓아 얼핏 보아서는 진짜 벌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후 현지에서 동양푸른유리날개나방의 생태를 연구해 온 스코브론 볼포니는 이 나방이 벌 특유의 비행 모양을 따라 하고 심지어 윙윙거리는 날개 소리까지 흉내 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방이라면 빛에 끌리는 회색의 털 많은 곤충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종은 낮에 활동하며 햇살에 푸른빛으로 빛난다"면서 "몸길이 2㎝의 이 나방은 변장의 달인이고 심지어 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인 열대보전과학(Tropical Conservation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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