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성사될까…"세부사항 논의해야"

입력 2018-01-14 00:26
수정 2018-01-14 12:30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성사될까…"세부사항 논의해야"

北 예술단파견 실무접촉 대표단 다수가 '관현악단' 소속



(서울=연합뉴스) 이웅 임수정 기자 = 남북이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 대표단에 '관현악단' 관련 인사를 다수 포함함에 따라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통일부가 발표한 우리측 대표단 명단에는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수석대표)과 한종욱 통일부 과장을 비롯해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포함됐다.

북한은 실무접촉 대표단에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대표단장)을 비롯해 윤범주 관현악단 지휘자,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을 제시했다.

남한 대표단 4명 중 2명이, 북한 대표단 4명 중 3명이 관현악단 관계자로 구성되며 기악 연주가 이번 예술단 공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북측이 보내온 실무회담 대표단 명단에 맞춰 우리 대표단을 구성한 것으로 안다"며 "예술 공연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고 실무회담에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 관계자도 "이번 주 초에 문체부에서 우리를 포함해 서울시향, KBS교향악단에 2월 공연 스케줄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어떤 형식의 공연이 될지는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공연은 크게 3가지 형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북한 예술단에 공연장만 제공하고 알아서 단독 공연을 펼치는 방식, 두 번째는 남북이 공연을 함께 구성하되 번갈아 공연하는 방식, 세 번째는 합동 공연이 포함된 방식이다.

실제 남북은 과거에도 남북 합동 연주회를 성사시킨 바 있다.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이 2000년 서울을 방문해 네 차례의 단독 또는 합동 연주회를 선보였으며 2002년 KBS교향악단이 평양에 답방해 재차 합동 연주회를 연 바 있다.

지휘자 정명훈은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과의 합동 연주회를 이끈 바 있다. 남북 화합을 염원하며 마지막 곡으로 아리랑이 연주됐다.

대표단에 포함된 정치용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은 "오늘 통보받아 세부 공연 형식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레퍼토리가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협연이 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우리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표기한 '관현악단'은 남한에서 통용되는 '오케스트라'와 상당히 다른 의미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악단뿐 아니라 가극단 등 여러 분야에서 최정예 예술인을 선발해 별도의 예술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협상 시작 전 임시로 붙인 명칭일 수도 있다.

파리에서 정명훈 지휘의 은하수관현악단 연주를 지켜봤던 한 공연계 관계자는 "민족적 색채가 포함된 개량 악기와 서양 악기가 혼합된 형태였다"며 "합동 연주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레퍼토리 선정 등부터 세부 조율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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