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일 못 하면 돈 깎아"…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가장 적게 받은 시급은 4천830원, 어른보다 일을 못한다고 시급을 깎기도 했어요. 하나하나 다 따질 거면 일하지 말라면서 계약서 작성도 거부하더라고요"
청소년·교육·시민사회 등 전국 370여 개 단체가 함께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13일 서울 흥사단에서 서울 학생·청소년 인권 침해 증언대회를 열고 청소년들이 겪는 인권 침해·차별 사례를 발표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알바를 시작했다는 한 학생은 "청소년으로서 알바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면서 "마음대로 시급을 낮췄고 어쩌다 조금 많이 주면 생색내면서 더 많은 일을 시켰다"고 토로했다.
청소년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침해, 차별 사례도 많았다.
한 참여자는 "학교에서 한 선생님은 '동성애는 에이즈의 근원이다', '동성애 관련 설문조사를 하면 무조건 반대하라' 등의 이야기를 한다"고 증언했다.
자신을 성 소수자로 소개한 참여자는 "부모님은 내가 성 소수자라는 걸 안 뒤에 수도 없이 폭언, 폭행, 협박을 일삼았다"면서 "청소년 성 소수자도 대한민국의 엄연한 국민이고 나라의 미래"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청소년이라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18살이라는 한 발표자는 "어른들은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청소년의 정치 활동을 막는다. 정당가입도 불가능하고 참정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학생들이 실제 이름을 밝히지 않거나 가명을 쓴 채 청소년으로서 겪은 사연을 털어놨다. 이들은 청소년의 몸을 두르고 있는 '인권 침해의 쇠사슬'을 끊는 의미의 퍼포먼스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 단체가 실시한 '2017 전국 청소년 인권 실태·의식 조사'에 따르면 교사나 어른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한다는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61.2%에 달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청소년의 인권,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사회를 살아가며 고통받는 존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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