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겸손한 우승소감 "커제가 양보해준 것 같다"(종합)

입력 2018-01-13 18:08
이세돌의 겸손한 우승소감 "커제가 양보해준 것 같다"(종합)



(서귀포=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세돌 9단은 '홈그라운드' 제주도에서 숙적 커제 9단을 꺾으며 기분 좋게 설욕에 성공했지만 "커제가 양보를 해준 것 같다"며 겸손한 소감을 남겼다.

이세돌 9단은 13일 '2018 해비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에서 승리를 확정하고 이같이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커제 9단에게 293수 만에 흑 1집 반 승을 거뒀다.

초반에 유리한 흐름을 가져갔지만, 실수로 커제 9단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역전에 성공해 승리를 거머쥐는 명승부를 만들었다.

이 승리로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 상대 전적을 4승 10패로 만들었다. 워낙 약점을 보였던 상대에게 거둬서 더욱 귀중한 승리였다.

이세돌 9단은 몽백합배 결승, 삼성화재배 준결승, 농심배 결승국 등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이 커제 9단에게 발목을 잡혀 쓴잔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2년 전 가족과 제주도로 이사해 새로운 터전을 잡고 있는 이세돌 9단은 제주도에서 열린 이번 대국에서 물러날 수 없었다.

이세돌 9단은 "초반에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는데 중반에 실수해서 계속 좋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힘든 바둑이었는데 커제가 양보를 해준 것 같다"고 총평했다.

크게 밀리는 상대 전적 때문에 대국 전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느냐는 물음에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은 너무 좋은 기사이기 때문에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며 "승패에 연연해 하지 않고 한 판 한 판 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 전 개막식에서 "커제 9단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각오를 다졌던 이세돌 9단은 "조금씩 갚아나겠다고 말했는데 커제 9단이 오늘처럼 양보해줄지 잘 모르겠다"고 다시 한 번 몸을 낮췄다.

이세돌 9단은 "좋은 기사와 바둑을 두는 것은 정말 좋다. 이렇게 특색 있는 대국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며 "다음에도 이런 자리에서 초청해준다면 응하겠다"며 커제 9단과 다시 맞대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우승 상금 3천만원과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를 받았다. 커제 9단은 준우승 상금 1천만원을 받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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