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왜 이러나] ③ 정부, 집값 잡으려 다시 칼 빼들까

입력 2018-01-14 10:31
[서울 집값 왜 이러나] ③ 정부, 집값 잡으려 다시 칼 빼들까

보유세 개편 착수…재건축 연한·일시적 2주택 양도세 기준 강화 등 거론

정부 "신중히 접근"…시장 "과도한 규제로 '공급부족' 시그널 줄까 우려"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최근 집값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치솟으면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집값 상승이 부동산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비쳤으나 강남의 집값 상승세는 좀체 잡힐 기미가 없고 오히려 마포구 등 강북과 분당 등지로 상승세가 확산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일단은 집값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되, 추가 대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섣불리 대책을 내놓았다가 오히려 시장에 엉뚱한 신호를 줘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14일 "현재 서울의 집값 동향뿐만 아니라 거래량 등 다른 지표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지만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작년 8·2 대책 등 일련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책의 주요 내용이 순차적으로 시행돼 그 효과가 온전히 발휘되기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에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시행될 예정이고, 4월부터는 청약조정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돼 2주택 보유자는 10% 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 포인트 양도세가 가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이 지나치게 줄어 집값이 뛴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데, 이달 25일부터는 10년 소유, 5년 거주한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가 예외적으로 허용돼 다소 숨통이 트일 수는 있다.

이외에 추가로 정부가 조만간 꺼낼 수 있는 대책으로는 재건축주택 연한 상향과 안전진단 요건 강화,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세 면제 요건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2014년 9·1 대책의 주요 내용을 원상태로 환원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9·1 대책을 통해 재건축 가능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춰졌고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요건도 대폭 완화된 바 있다.

재건축 연한이 다시 늘어나면 준공 30년 차를 앞두고 최근 급등한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준공 후 30년을 채우게 되는 아파트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67개 단지 7만3천여가구다.

그러나 가뜩이나 재건축 매물이 부족해져 '지금 아니면 강남 입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한 데,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시그널을 줘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늘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준공 후 40년을 넘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의 가격이 최근 급등하기도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방안도 파급력이 작지 않다.

과거 정부는 2015년 층간소음이나 에너지 효율 등 주거환경 평가를 통해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주거 여건 불편 등을 이유로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노후화가 심각해진 경우에만 안전진단을 통과하게만 해도 재건축 속도를 낮춰 투자 매력도를 떨어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갭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시적 2주택자가 양도세 면제를 받기 위해 종전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한이 현재 3년인데, 이를 2년 등으로 줄이는 방안이 가능하다.

종전 주택 보유 기간이 줄어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의 일정 비율을 공공임대로 짓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지정하는 방안도 있다.

국토부는 이미 작년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을 완화해놓았다.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분양가 상승률,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등이 과열된 곳은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집값이 뛰는 거의 대부분 지역이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고분양가 문제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분양가로 물량이 나와 청약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실제 적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보유세 인상 카드는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우나 파급력은 가장 크다.

기재부는 올해 조세재정개혁특위를 통해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보유세 인상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우선 현재 시가의 60∼70% 수준인 주택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올라 공시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높이는 방법도 법 개정이 필요 없어 정부가 빨리 내놓을 수 있는 대책으로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주택 공시가격 대비 실제 세금을 매기는 과세 표준의 비율로, 비율이 높을수록 세 부담은 높아지게 된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