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병사한 군인 순직처리 지연…법원 "유족에 배상"
당국이 사망자료 늦게 찾아 유공자 인정까지 10년 걸려…"국가 책임 90%"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6·25 전쟁 당시 병사한 군인의 유족이 군 당국의 실수로 뒤늦게 순직 인정을 받아 국가에서 배상금을 받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최석문 부장판사)는 1950년 사망한 A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6천5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6·25 전쟁 중인 1950년 9월 경남 진해의 한 해군 부대에 입대해 복무하다 그해 10월 질병으로 숨졌다. 해군본부는 해군 병사통제부 사망자 명부에 A씨를 '병사자'로 기재했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난 1989년 6월 국방부는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해 병사자도 질병 발생이 군 복무와 상당한(타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순직 유공자로 인정하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해군·공군에 '창군 이래 병사자를 전원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해군본부는 훈령 개정 전 병사자로 결정된 1천382명 중 481명을 2005년 3월 순직 처리했다. A씨를 포함한 901명은 관련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사 불가 결정을 내렸다.
A씨 자녀들은 2008년∼2009년 국가보훈처에 부친의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엔 해군본부에 재심사를 신청했다가 증명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불가 결정을 받았다.
자녀들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해군본부에 A씨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을 요구했고, 해군은 진해기록물보존소 서고에 A씨의 사망진단서와 병상일지 등이 있다고 확인했다. 다른 이의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A씨 기록을 발견한 것이다.
국방부는 A씨의 병상일지 내용을 토대로 고인을 순직 처리했다. 덕분에 자녀들은 2015년 6월분부터 유족 연금을 받게 됐다.
A씨 자녀들은 당국의 일 처리 잘못으로 부친의 유공자 인정이 늦어진 만큼 손해를 물어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도 "담당 공무원들이 망인의 자료를 제대로 찾지 못했고, 그로 인해 유족은 무려 10여 년이 지나서야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다"며 "국가는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는 "방대한 양의 종이 문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대부분 손글씨인 한자로 기재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자료를 2014년에서야 찾았다는 것만으로 과실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렇다 해도 결국 병적 기록물의 관리나 보존, 분류 작업은 전적으로 피고의 업무 영역"이라며 "그런 어려움을 이유로 공무원에게 과실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더해 그간 당국도 A씨의 자료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뒤늦게나마 유족이 연금을 받게 된 점 등을 고려해 국가 책임을 90%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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