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석방하라" 터키헌재 결정에 대통령 "존중 안 한다" 거부

입력 2018-01-12 22:03
"언론인 석방하라" 터키헌재 결정에 대통령 "존중 안 한다" 거부

법무장관 "석방 결정, 헌재의 월권"…국내외 언론자유수호기구 "즉시 석방하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법원이 언론인 2명을 석방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부했다.

이스탄불 형사법원은 11일 밤(현지시간) 언론이 샤인 알파이(73)와 메흐메트 알탄(64)을 석방하라는 터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헌재는 구금·기소 등 사법처리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 피고 측 손을 들어줘 석방을 결정했다. 헌재 재판관 11명 가운데 6명이 석방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들의 재판을 진행하는 이스탄불법원은 이를 따르지 않고 알파이와 알탄이 구속 상태를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터키정부는 헌재가 권한을 넘어 형법상 상고법원 역할을 했다며 무효라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며 코웃음을 쳤다.

베키르 보즈다으 터키 법무장관도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헌재 결정은 나쁘고 틀렸다"고 비판했다.

보즈다으 장관은 "헌재가 이번 결정으로 자신의 법적·헌법적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헌재는 항고 법원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썼다.

터키에서 헌법재판소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조직에 꼽힌다.

헌재의 알탄과 알파이 석방 결정과 사유를 환영하며, 이를 근거로 추가 석방을 기대한 국내외 언론자유수호기구는 실망과 우려를 나타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언론자유 대표인 알렘 데지르는 이스탄불법원의 결정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언론인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파이는 2016년 쿠데타 후속 조처로 폐간된 일간지 '자만'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알탄은 터키정치학 저술가로 여러 매체에 출연했다.

2016년 터키 검찰은 이들을 각각 기소하면서 쿠데타 세력에 협조해 정부 전복 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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