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증산왕까지 도전했는데…이젠 벼농사 포기하라네"
소비 줄어 재고 쌓이자 쌀값 하락 막기 위해 논농사 포기 유도
작물 전환 ㏊당 최고 400만원 지원…내년까지 10만㏊ 감축 목표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막강한 한파에도 올농사가 걱정돼 찾아나선 들녘을 바라보는 김모(69·충북 진천군)씨는 만감이 교차한다.
평생 쌀농사를 업(業)으로 여기던 그는 지난해부터 면사무소 직원들로부터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행정기관이 독려해 쌀 증산왕에 도전할 정도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제는 논농사를 포기하라는 말을 듣는 형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논에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수익이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쌀이 애물단지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정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 재배면적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쌀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쌀 재고가 계속 쌓이면서 가격 하락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정부 양곡 관리비 부담도 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5년 80.7㎏이었으나 2010년에 72.8㎏, 2016년에 61.9㎏으로 줄었다. 10년여 만에 쌀소비량이 23.3%나 감소한 것이다.
단위면적(10a 기준)당 생산량은 2005년 490㎏에서 지난해 527㎏으로 증가했다. 쌀 수급 적정량을 유지하기 위해 벼농사 줄이기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의 낮은 자급률을 해소해 취약한 식량 안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벼농사의 다른 작물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16년 기준 곡물 자급률을 보면 쌀은 104.7%지만 보리와 콩 24.6%, 옥수수 3.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7만7천872의 벼 농사면적으로 3만5천㏊ 줄이려고 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는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 형식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당 280만∼4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5만㏊의 논에 다른 작물을 심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논에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기 위해 농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올해 시·도별 감축 목표는 전남이 1만698㏊, 충남 8천879㏊, 전북 7천841㏊, 경북 6천595㏊ 등이다.
지난해 타 작물 전환 실적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충북도는 올해 전체 논농사 면적의 6.6%에 달하는 2천323㏊ 감축 목표를 세워 오는 22일부터 타 작물 전환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말 구성한 타 작물 전환 테스크포스(TF)는 농가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충북도 관계자는 "쌀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논농사의 작물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지난해는 작물 전환 농가에 지방비로 농자재 구입비만 지원했으나 올해는 직불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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