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희생과 따뜻함…소방관, 연탄과 같다" 시 쓰는 '연탄 소방관'

입력 2018-01-14 09:00
[사람들] "희생과 따뜻함…소방관, 연탄과 같다" 시 쓰는 '연탄 소방관'

연탄 소재 작품 만드는 화순 능주119안전센터 박래균 팀장

(화순=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연탄은 보기엔 차갑고 무거워 보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마음은 한없이 따뜻한 친구에요. 소방관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년간 연탄을 소재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연탄 소방관'으로 불리는 전남 화순소방서 능주119안전센터 박래균(52) 팀장.

1994년 소방관에 임관된 그는 깨지고, 젖고, 부서진 연탄의 다양한 모습을 시와 그림에 담아왔다.

그가 연탄에 주목한 것은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의 모습이 소방관과 비슷하게 느껴져서라고 한다.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은 대피하지만 소방관들은 불길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서는 모습이 닮아서다.

"추운 겨울 연탄은 자기가 모두 탈 것을 알면서도 아궁이에 들어가 자기 몸을 태워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잖아요. 소방관도 불을 꺼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주잖아요. 둘 다 따뜻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그의 작품에는 연탄이 전하는 따뜻함이 잘 담겨 있다.

시와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그의 솜씨는 전문가들마저 놀랍게 할 정도다.

박 팀장은 2015년 '문학춘추'라는 계간지에 동시 분야로 시인으로 등단했다.

현재 전남도 공무원 문학회, 전국 소방공무원 문학회, 시낭송회 '시울림'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와 함께 꾸준히 연탄 그림을 그려온 그는 지금까지 세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특히 2015년에는 감전사고 당한 동료 소방관을 돕기 위한 뜻깊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다도해의 아침'을 주제로 전남도청에서 6차례 시화전도 개최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시와 그림으로 엮어 만든 그림책 '119 소방관 아저씨의 연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를 펴냈다.



박 팀장은 쉬는 날이나 평소에는 동네 도서관을 찾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린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통기타를 들고 거리공연을 즐기기도 한다.

그의 목표는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드는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꿈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박 팀장은 "그림에 시와 노래를 섞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따뜻한 세상을 꿈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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