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신생아 사망사고, 시스템 개선 계기돼야"(종합)
전문인력 부족 등 신생아중환자실 개선 노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김잔디 기자 = 지난달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원인은 역시 '인재'로 판명이 났다. 국과수가 미숙아에게 지방산과 열량을 공급하기 위해 의료진이 주사한 지질영양주사제가 오염됐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로써 1개월 가까이 한국사회를 들끓게 한 신생아 사망 사건은 이대목동병원의 책임론과 함께 자연스럽게 의료계 전반의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경찰은 환자 안전을 위해 병원 내 세균감염을 예방해야 하는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주사제(지질영양제) 취급 과정에서 감염 관리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간호사 2명과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3명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병원 의료진 과실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안일한 태도, 의료서비스의 낮은 질이 또한번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대목동병원에서는 ▲ 축농증 환자 엑스레이 영상 오진 사건(2014년 7월) ▲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 간호사 결핵 확진 판정(2016년 7월) ▲ '날벌레' 수액 발견(2017년 9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의료계에서도 병원과 의료진이 환자 안전관리 및 감염 예방 대책에 더 신경을 쓰고,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신생아중환자실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지만, 의료진들이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의료계가 의료사고 예방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을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선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고 원인을 단순한 감염 문제로 봐서는 안 되며, 적자와 인력난에 시달려온 신생아중환자실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추후 이와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신생아중환자실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에 원가 보전이 안 되고 투자가 적다 보니 장비가 낙후되고 전문인력도 부족해져 과실이 일어나기 쉬운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있다고 지적해왔다.
적은 인력으로 상태가 위급한 신생아 다수를 돌보다 보니 환자 관리와 감염 예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인력 부족에 따른 '예견된 사고'라는 관측도 있다.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A 씨는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보낸 호소문에서 "간호사 1명이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4명을 담당하면서 어떻게 한 명, 한 명을 처치할 때마다 손 씻고 장갑 끼고 가운 입는 등의 절차를 정확히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의료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당국이 적정 수가를 책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대목동병원 측과 소속 의료진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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