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ES 굴기'…로봇 전시관은 절반 넘어
1천400개 기업 참가 세계 최대, "중국 정부 전기차·AI 지원 효과"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가 점차 중국판으로 바뀌고 있다.
CES 주최 측에 따르면 4천5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기업은 1천4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00개 이상이 중국의 IT 허브로 불리는 선전(Senzhen)지역에서 온 기업들이다.
이번 CES에서 가장 눈길을 끈 중국 기업 제품은 전기차 스타트업인 바이튼.
애플과 BMW, 테슬라 전직 직원들이 창업한 바이튼은 중국의 전기차 회사 '퓨처 모빌리티'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에 중국에서 첫 상용 전기차를 출시한다. 1회 충전에 520㎞ 주행이 가능하고 곡면 디스플레이에 제스처·얼굴·감정 인식이 가능한 AI 기능을 갖췄고, 아마존 알렉사를 음성 제어 기능으로 장착한 이 차량의 가격은 4만5천 달러(4천800만 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급인 테슬라 X에 비해 40%가량 저렴하다. 오는 2020년에는 영국과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도 이번 CES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운영체제 '아폴로 2.0'을 탑재한 차량을 공개했다. 또 칩 메이커 엔비디아와 합작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도 했다.
자동차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TV에서도 중국의 하이센스 등이 치고 올라온다. 하이센스는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스마트 TV를 이번 CES에서 선보였다.
온라인 소매의 강자인 알리바바는 CES의 메이저 전시 구역을 차지했으며,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리처드 유 CEO는 대회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자동차나 TV뿐 아니라 AI와 로봇 등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한국의 LG나 일본의 소니와 달리 중국은 스타트업들이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로봇관에 차려진 중국 부스는 20개로 전체 참가기업의 절반을 넘어선다. 한국은 3개뿐이다.
아마존의 AI비서 알렉사와 연동된 스타트업 치한의 '샌봇', 교육용 로봇을 개발하는 아이팔, 리셉션 역할을 하는 SDNO의 로봇, LG 전자의 공항 로봇과 유사한 유비테크의 서비스 로봇 등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기업의 CES 굴기는 중국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살인적인 공기 오염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산업용 로봇 판매를 15만 대로 확대하고 3개 이상의 글로벌 선두 업체를 키우겠다면서 AI 로봇 관련 업체들에 여러 혜택과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CES에 참여한 한 한국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아직 중국 로봇들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 제품을 베끼는 수준에 있는 것이 많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곧 전 세계 AI·로봇 산업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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