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0㎞ 설원의 질주' 정선 알파인 스키장 준비 끝

입력 2018-01-12 07:12
'시속 140㎞ 설원의 질주' 정선 알파인 스키장 준비 끝

'축구장 100m 높이' 만큼 인공 제설 작업도 마무리

오히려 눈 내리면 경기 중단하고 걷어내는 작업 해야

패럴림픽까지 마치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환원



(정선=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중봉에 자리 잡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2월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가운데 건설 과정이 가장 순탄치 않았던 곳이다.

2014년 5월 시공에 들어갔으나 높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가리왕산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환경단체에서 스키장 건설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 경기장은 2016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전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테스트 이벤트를 치르게 돼 있었다.

첫 테스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각오로 휴일마저 반납한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노고 덕에 당시 테스트 이벤트는 경기장 공정률 60%를 조금 넘긴 수준에서 필수 시설만 갖춘 상태로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 눈밭 위에 깃대만 꽂고 경기를 치른 느낌이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당장 동계올림픽이 개막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준비를 마쳤다.

11일 찾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공정률 100%, 제설량 100%를 모두 채운 상황이었다.

이미 경기장 건설 공사업체는 철수했고, 경기 운영에 필요한 시설물들의 일부 설치만 남았다.

관중석은 3천600석 규모의 스탠드 건설이 마무리됐다.

이 경기장은 총 6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좌석은 3천600개가 설치된다.

2016년 2월 첫 테스트 이벤트 때는 300석만 임시로 설치해 대회를 진행했다.



또 알파인 경기장의 핵심인 눈 만드는 작업도 목표량의 100%를 이미 만들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목표 제설량은 130만㎥로 축구장 넓이에 100m 높이의 눈을 쌓은 것과 비슷한 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제설 작업에 들어간 대회 조직위원회는 15일까지 제설량을 목표치의 120%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회 개막까지 소실되는 눈의 양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인공 눈이 아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인공 눈이 '자연설'에 비해 입자가 작고 촘촘하기 때문에 눈이 내리면 코스 안팎에서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3월 패럴림픽 기간에 날씨가 따뜻해질 경우 코스 관리에 다소 어려움이 우려되기도 한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인 2월에는 적정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에 기온이 올라갈 경우 저장된 눈이나 눈이 녹는 것을 방지하는 첨가물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곳을 찾는 관중은 '운동'을 할 각오를 하고 와야 한다. 결승선이 해발 545m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활강의 출발 지점은 해발 1천370m, 여자 활강 출발 지점은 1천275m에 이른다.

따라서 선수들은 전용 곤돌라를 타고 출발 지점으로 올라가고 일반 팬들은 리프트를 타거나 도보로 결승선까지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리프트를 타려면 최대 1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할 수 있으므로 조직위에서는 '도보 이동'을 권장하고 있다.

인경연 정선알파인경기장 베뉴매니저는 "올라가는 길에 매트를 깔아놔 선수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15분 정도 하이킹 하듯이 올라가시기에 좋다"며 "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을 위한 차량편도 준비는 되어 있다"고 안내했다.

최고 시속 140㎞가 넘는 스피드 종목인 활강이 열리는 장소인 만큼 선수 및 관중 부상에 대한 대비도 필수다.

인경연 베뉴매니저는 "대회 기간 구급차가 3대 이상 대기하고 코스 위에서도 구간별로 스키로 이동할 수 있는 메디컬 팀이 배치된다"며 "움직이기 어려운 부상자의 경우 헬기가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키 활강 경기는 헬기가 대기하지 못하면 경기 시작을 할 수 없고, 헬기가 뜨기 어려운 기상 상태에서도 경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패럴림픽까지 끝나면 슬로프는 산림으로 복구·복원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환원된다.

이에 따라 가리왕산은 시설물 철거와 각종 자연 복원 절차를 밟게 된다.

이런 향후 계획에는 아직도 엇갈리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러시아에서 온 조직위 경기부 알파인종목 스포츠 매니저인 니콜라이 벨로크린킨은 "이런 경기장이 바로 후대에 물려줘야 할 올림픽 유산"이라고 아쉬워한 반면, 강원도청 김수미 주무관은 지난해 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초록으로 오롯이 되돌아온 산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진짜 유산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