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찾는 이들에게 내 작품이 한 편의 '시'가 되길"
제2여객터미널에 거대 모빌 설치한 佛 작가 자비에 베이앙
(영종도=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공항을 통해 여행하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었지만 이제는 매우 흔해졌죠. (웃음) 제 작품이 여행이라는 경험에 한 편의 시와 같은 것을 심어주는 조각이 되길 바랍니다."
조각가 자비에 베이앙(54)이 1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작가로 참여하는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중 한 사람이다. 3층 출국장에 선 베이앙의 뒤로는 그의 신작 '그레이트 모빌'과 멀리서 이륙하는 비행기들의 모습이 함께 잡혔다.
'그레이트 모빌'은 높이 18.5m에 이르는 2점의 거대한 모빌이다. 18일 공식 개장하는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이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평소 구(球) 모양의 모빌을 주로 만들어왔던 베이앙은 구를 납작하게, 또는 다면체로 변형하는 실험을 꾀했다. 제2여객터미널의 주요한 색이 회색과 베이지색이라는 점을 고려해 청색과 녹색으로 모빌을 칠했다.
조각들은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제각각 조금씩 움직인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3D 스캐닝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모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숱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쳤다. 움직임은 베이앙이 '그레이트 모빌'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다. 이는 공항이라는 공간의 특성과도 연결돼 있다.
"모빌이라는 특성상 공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요. 공항도 움직임이 많은 곳이죠. 공기의 움직임, 수백만 명에 달하는 승객의 움직임이 있으니깐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베이앙은 "강한 인상을 주되 주변을 지나치게 압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라면서 "작품 자체의 권위와 가치도 있어야 하지만,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아닌 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융합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비롯해 유명 작가들의 예술품을 곳곳에 설치해 '아트포트'(ART+PORT)를 지향한 제2여객터미널을 둘러보면서 "예술이라는 정체성은 인천공항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제 작품이 공항이라는 장소,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활발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고나는 많은 사람이 각자 의미로 제 작품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약속을 정할 때 '자비에 모빌 앞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할 수 있게 돼도 좋지 않을까요?"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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