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해빙 무드에 전국 지자체 교류사업 재시동

입력 2018-01-11 16:14
남북관계 해빙 무드에 전국 지자체 교류사업 재시동

북한 방문단에 연습장·숙소 제공…'개성만월대 특별전' 추진

"스포츠·문화 분야서 물꼬 트고 대북지원사업으로 확대"

(전국종합=연합뉴스)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관계 개선'에 합의함에 따라 5·24 대북제재 조치(2010년) 등으로 중단됐던 전국 지자체의 대북교류협력사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지자체들은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서 물꼬를 튼 뒤 대북지원사업의 본격 재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1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빙상경기 개최도시인 강원도 강릉시는 이날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의 숙소로 한옥마을인 오죽마을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오죽마을은 30개동, 49개 객실을 갖춰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인근에 역사유적인 오죽헌과 함께 강릉 농악전수교육관, 선비문화체험관, 선교장, 경포대 등이 있어 북한 참가단에게 친밀감과 따뜻한 정을 선사할 수 있고 빙상경기장이 밀집한 강릉 올림픽파크와도 가깝다.

경기도 성남시는 탄천종합운동장 실내빙상장을 북한 선수단에 무상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북측선수단의 전지훈련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통일부, 서울시, 강원도와 함께 동계올림픽 기간을 전후한 2월 2일부터 3월 31일까지 주경기장 인근인 상지대관령고등학교에서 '개성만월대 특별전시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려 건국 1천100년을 맞아 2007∼2015년 고려황궁 만월대 터 25만㎡ 중 서부건축군 1만8천700㎡에서 남북공동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한 유물을 전시하는 사업이다.

북측에 출토유물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에 따라 북측이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특별전이 만월대 발굴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만큼 발굴사업 재개 등 남북 사회문화교류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며 "특별전을 시작으로 접경지역 말라리아 공동방역 등 10여개 협력사업도 재개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역시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함께 강화·개성 역사 학술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 학자들이 함께 고려 수도였던 개성과 몽골 침략기 수도였던 강화의 궁궐터·성곽을 발굴하며 고려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역사문화유산 도시로서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천시는 또 2015년 2월 인천유나이티드FC와 평양4·25축구단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명맥이 끊긴 스포츠 교류도 재개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내년 개최하는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에 북한선수단의 참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참가를 북측에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는데 이번엔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주시는 또 올 하반기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에 북한참관단을 초청하고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북한문화 특별전시전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남도는 9월 개최 예정인 세계수묵화비엔날레에 북한 작가와 작품을 초청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이어 2007년 10월 준공한 평양 발효 콩 빵공장에 이은 제2공장 설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사로 재임하던 2015년 제안한 '땅끝 협력사업'도 본격적인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남북 땅끝 지역이 있는 상징성을 고려해 전남도와 함경북도가 협력하는 사업으로 전남도는 산모와 불우이웃에게 미역과 쌀을 보내는 등 인도적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해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이용한 각종 교류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충남도는 삼국 문화유산 교류전, 개성-금산 인삼 교류전,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평양 개최 등 문화분야 교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경북도는 강한 추위에도 잘 견디는 양파 종자 보급과 농기계 지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지원 사업을 하지 못했다"며 "자체적으로 98억원의 남북교류기금을 쌓아온 만큼 북한 현지의 요구를 들어보며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2004∼2006년 황해남도 신천군 협동농장에 농기계와 농자재를 지원했고 2007년에는 평안남도 남포시 협동농장에 돼지농장을 지어 종돈과 사료 등을 농장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유형재 홍인철 우영식 이우성 이승형 강종구 손상원 박주영 최찬흥 기자)

c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