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만 내고 도로 제자리…한국당 이상한 옥천군수 경선

입력 2018-01-11 15:51
잡음만 내고 도로 제자리…한국당 이상한 옥천군수 경선

우여곡절 끝 여론조사 했지만 결과 공개 않고 "박빙" 선언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이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옥천군수 후보 경선이 잡음만 남긴 채 유야무야됐다.



한국당은 11일 보도자료를 내 전상인(50) 전 국회의원 보좌관과 이희순(62) 전 옥천농협 조합장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방식 경선을 치렀으나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두 후보간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2차 여론조사를 통해 우열을 가리기로 했으며 추후 경선 일정과 방식은 충북도당위원장인 박덕흠 의원에게 위임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선은 현직인 김영만(67) 군수를 배제한 채 이뤄져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한국당은 "김 군수가 전략 공천을 요구하며 경선에 불참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군수는 "경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은 밝혔지만, 불참을 통보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당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돼 기본적인 업무연락조차 못 받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4일 그를 빼고 시작된 여론조사는 이튿날 김승룡 옥천문화원장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단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후보자 모집 공고도 없이 여론조사를 벌여 출마 기회를 박탈한 데 대한 항의였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전화로 진행된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군민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는 ARS(자동응답시스템)가 아닌 조사원 1대1 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만큼 공정성 시비를 부를 개연성이 높다.



조사 과정에서 설문지 유출을 둘러싼 시비도 있었다. 한 후보가 여론조사 질문 문항이 담긴 문서를 유출한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여론조사는 10일 마무리됐다. 그러나 당은 '박빙'이라는 짤막한 자료만 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2차 여론조사 얘기도 두 후보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3류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한다. 박 의원이 김 군수를 따돌리는 데 급급해 너무 성급하게 칼을 뺐다는 말도 들린다.

한 당직자는 "이번 경선이 김 군수의 불출마 선언이나 탈당을 기대한 노림수였다면, 오히려 당과 박 의원의 스텝만 꼬이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결과적으로 당의 신뢰도만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중앙당에서도 이번 경선이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제 겨우 당협위원장 공개모집 절차를 밟고 있는데, 어떤 의미의 경선인지 모르겠다"며 "중앙당에서는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이번 경선과 과정서 "여론조사를 거친다고 해서 곧바로 후보가 되는 게 아니다. 최종 결정은 여러 상황을 종합해 당에서 한다"고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제3의 인물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베일에 가려진 그의 생각이 어떤 방점을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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