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브렉시트 투표 개입" 미 상원 보고서 암시

입력 2018-01-11 16:13
"러시아, 브렉시트 투표 개입" 미 상원 보고서 암시

관영매체·SNS 선전선동…러시아 자금 영국유입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러시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과정에 개입하는 등 영국 민주주의 체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또 다른 정황이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말 영국 선거 감시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 과정에서 러시아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개입한 흔적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러시아와 유럽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푸틴의 비대칭 공격 - 미국 안보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이름이 붙은 민주당 측 보고서가 공개됐다.

가디언은 이 보고서가 EU 내 설립된 비 영국 기업이면서 영국 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이 정치적 기부를 할 때에는 구체적인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는 영국 선거자금법의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러시아와 관련된 자금이 정밀한 검토나 조사 없이 영국 내 정치 관계자들에게 제공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또 선관위가 이미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투표 당시 갑작스럽게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이 브렉시트 찬성파 쪽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영국 독립당(Ukip) 대표였던 나이절 패라지가 EU를 향한 반감을 부채질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EU의 제재를 비판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는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됐다.



러시아 정부는 브렉시트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러시아의 영어 미디어인 RT 방송과 스푸트니크 뉴스통신사가 '조직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보도'를 일삼은 점도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지적됐다.

상원 의원들은 아울러 국민투표 당시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실시한 조사의 타당성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사용된 러시아인의 트위터 계정 400여개가 브렉시트에 대한 게시물도 적극적으로 올렸다는 미국 에든버러 대학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브렉시트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파한 트위터 계정 15만개 가량에서 러시아와의 연계성이 확인됐다는 버클리 대학과 스완지 대학의 공동 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자금이 영국, 특히 런던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상원 보고서는 영국에 있는 총액 1억8천만 파운드(약 1천563억원) 규모의 부동산이 은밀한 역외기업이 부정하게 올린 수익으로 구입됐을 가능성 때문에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런던경찰청이 주시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보고서는 영국을 포함해 19개국에서 러시아가 주력하고 있는 허위정보 유포를 기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의 러시아 개입 의혹과 관련해 "미국 역사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이렇게 명백한 위협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렇게 명백하게 외면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고한 통솔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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