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부모 고마워" 호주 수능 최상위 중국계에 감동 물결
대입서 만점 가까운 성적… 학비지원·일자리 제공 등 후원 이어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부모님은 배움도 없었고, 영어도 거의 못합니다. 부모님이 청소일을 하면서 우리는 빈곤선 훨씬 아래서 생활했고, 지금도 호주인 평균보다 훨씬 적게 법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님이 진정한 성취자입니다." 지난해 호주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우수한 성적을 올린 중국계 학생이 자신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글이 호주사회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그를 돕겠다는 이들도 이어지고 있다.
후는 대학수학능력시험(HSC) 성적에다 내신을 환산한 '대학입학시험점수'(ATAR)에서 99.85점을 받았다. 만점은 99.95점이다.
자녀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겠다는 부모 뜻에 따라 어렸을 때 중국에서 호주로 온 대니얼 후는 최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하며 모든 공을 부모님으로 돌려 주목을 받았다.
후는 13년 전 호주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야 알파벳과 함께 100까지 세는 법을 배웠고, 친구들과 말이 제대도 통하지 않아 자기소개도 어려웠다.
후는 "아버지는 영어 단어 하나 몰랐지만 제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을 마친 저녁때 중영(中英)사전을 찾아가며 숙제를 도와주셨다"며 "그 숙제를 하는데 남들은 10분이 걸렸지만 내게는 3시간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스쿨(중고교 6년 과정)에 입학할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통상 중산층 이상의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특목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여전히 집안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교복조차 갖지 못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모든 과목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했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고 지능도 아마 평균 아래지만, 이것이 나를 가로막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법을 공부하기로 한 후는 ATAR 점수가 99.90점을 받지 못해 아깝게 장학금을 놓쳤다.
그는 부모가 많은 사랑과 힘을 주었지만, 처음에는 그들의 희생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가난하다는 것이 너무 싫었고, 가난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게 너무 싫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모든 공을 부모님으로 돌렸다.
후의 사연이 보도된 뒤 감명을 받았다며 그를 돕겠다는 문의도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으로 금융회사 대표인 데이비드 리는 후를 직접 만나 학비와 함께 부모님의 해외여행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1일 전했다.
리는 "나도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영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27살 때 호주에 왔고, 후의 부모님처럼 이주 초기에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며 후도 언젠가는 남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률회사 3곳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으며, 후는 이들 업체 중 한 곳에서 일하기로 했다.
후는 데이비드 리의 친절에 감동했다며 "나도 미래 어느 땐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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