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개고기 삶게 한 새마을금고…내부고발자 인사보복 의혹
이사장은 입건 뒤에도 업무 계속…신규 직원 대거 채용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업무 시간 직원들에게 강제로 개고기를 삶게 했다가 경찰에 입건된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보복성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새마을금고중앙회(이하 중앙회)에 따르면 강요 및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인천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A(62)씨는 현재도 같은 금고에 재직 중이다.
그는 3차례 회식을 하면서 근무 시간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하거나 회식 참석을 강요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입건됐다.
첩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직원 10여 명이 근무 중 개고기 손질을 강요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새마을금고 인사 규정에 따라 검찰이 기소한 직원은 직위 해제할 수 있으나, A씨는 아직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새마을금고법에 규정된 임원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실형 선고'나 '집행 면제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에도 A씨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A씨는 계속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 수 20여 명에 불과한 새마을금고에 지난해 8월 28일∼11월 20일 14명이나 신규 채용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9명은 A씨가 경찰에 입건된 뒤인 11월 채용됐다. 대다수가 시간제 직원인 이들은 해당 새마을금고 본점과 4개 지점에 각각 배치됐다.
기존 직원들은 배제한 채 자산 관리 업무를 할 수 없는 시간제 직원에게 창구 업무를 맡긴 것이 보복성 인사라는 게 직원들 주장이다.
'개고기 사건' 당시 이사장 비리 의혹을 중앙회 내부 익명 비리 신고 게시판에 제보해 감사를 받자 이러한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새마을금고 인사 규정에 따라 직원에게 2개 이상의 직위를 겸하게 하거나, 직무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직위 해제하는 등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 기존의 일부 직원은 책상도 없이 신입직원 뒤에 서서 온종일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장이 입건된 뒤 해당 새마을금고를 퇴사한 한 직원은 "기존 직원들은 한 달 넘게 신입직원 옆에 앉아 본인 일도 없이 곁들이 업무를 했다"며 "당시 중앙회 감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확보한 녹취 파일에는 중앙회 감사팀 직원이 "왜 익명 제보를 올려서,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며 다그치는 음성이 담겼다.
이 직원이 "오죽하면 그러겠어요"라고 답하자 감사팀 직원은 "직원들이 힘든 걸 모르겠느냐.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야지 준법 감시(내부 신고 게시판)에다가 왜 올리느냐고 직원들이…"이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중앙회 측은 다음 달 새로운 지점을 문 열기 전에 신입직원을 뽑은 것일 뿐, 기존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신규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어서 신입직원을 채용했고, 기존 직원들이 멘토 개념으로 그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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