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북대화 '과속 우려' 불식한 문 대통령의 신년사

입력 2018-01-10 17:29
[연합시론] 남북대화 '과속 우려' 불식한 문 대통령의 신년사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확정 짓고, 군사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고 군사적 긴장완화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현 안보 상황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성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각도 제기된다. 남북대화에 매달리다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공조를 깨는 것은 아닌지, 북한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그런가 하면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고 군사적 옵션까지 고려하는 미국과 대화를 추구하며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한국을 이간하는 게 북한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남북대화 재개를 반기면서도 북한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사에서 밝힌 대북 안보정책은 그런 일각의 우려를 상당히 많이 불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과정이자 목표"라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입장"이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온 대북정책 목표라 이런 발언이 의례적인 수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전날 남북 고위급회담이 2년여 만에 열린 터라, 향후 남북대화의 기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 남북회담이 아직 시작단계여서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한 셈이다. "제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한 것이 목표"라는 말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북핵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국제적인 문제가 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따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의 선순환 전략을 짠 것은 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이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다가도 비핵화 문제가 나오면 리 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하니 북측의 협상 전략이 무엇인지 짐작할 만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니 군사 당국회담이니 하는 것은 압박과 제재를 풀기 위해 양보할 수 있지만 핵 보유는 논의 대상에도 올리지 않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회담 의제로 확대하고 비핵화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강한 인내심과 전략적 사고가 필요할 듯하다.

내외신 기자들과의 질의답변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도발하거나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두 가지 모두를 구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북측이 성실하게 회담에 응해오지 않으면 대화를 고집하지 않고 제재·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인 것 같다. 또 "국제적인 대북 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24 조치 중에서 경제적인 교류 부분, 그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부분은 지금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재, 특히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남북대화를 이유로 대북 제재·압박의 '약한 고리'가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여건이 조성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 없다"고 선 그었다. 모두 '남북대화에 급급해 한다'는 국내외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발언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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