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92학번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생각하며 이 악물었다"
KBO리그 신인 선수들 상대로 강연…"힘들 때는 부모님 생각하라"
(대전=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여러분 잠깐 일어나서 서로 축하하는 박수 쳐주세요. 어깨도 두드려 주고."
프로야구 KBO리그 통산 최다승 2위(161승)에 빛나는 정민철(46)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이런 주문에 점심 직후 졸음과 싸우던 앳된 선수들은 기지개를 켠 뒤 서로를 쳐다보며 박수를 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10일 오후 대전 컨벤션센터에서는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로 첫발을 내딛는 신인·육성 선수 150여 명을 상대로 한 '2018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선배와의 만남' 강연자로 나선 정민철 위원은 한국 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투수다.
그는 한화 이글스(빙그레 포함)에서 16시즌을 뛰며 송진우(210승)에 이은 KBO리그 역대 2위이자 우완 최다승(161승), 우완 최다 이닝(2천394⅔이닝), 우완 탈삼진 3위(1천661개)의 기록을 남겼다.
2000∼2001시즌에는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으로 뛰었다.
정 위원은 자신을 이렇게 성장시킨 동력은 최고를 향한 열망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92학번인 투수 박찬호, 고(故) 조성민, 임선동을 언급했다. 정 위원은 이들보다 한 살이 많고 대학에 진학하지도 않았지만, 대전고 진학 때 1년을 쉬어 같은 시기에 고교를 졸업했다.
정 위원은 세 선수를 거명하며 "내가 이들과 같은 그룹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러웠고, 이런 동력이 나를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계약금을 적게 받고 입단했고 나머지 세 선수보다 월등했던 적이 없었다"며 "열등감도 있었지만,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이를 악물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 '적어도 이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1992년 프로에 입단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소속팀 한화가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세상이 내 것 같았다.
2000년 일본 명문 요미우리에 입단하게 되면서 '내 인생에 더는 실패는 없다.' 싶었지만,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정 위원은 "운동선수한테 정점은 가장 위험한 꼭짓점이 될 수 있다"며 "나의 경우는 그동안 '이건 해야 한다'고 자신과 약속했던 것들을 지키지 않게 되면서 연습까지 소홀히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결국 일본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심기일전한 정 위원은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한 투수로 활약했고, 한화에서 그의 등번호 23번이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정 위원은 선수들한테 드라마 '미생'의 일부를 보여줬다. 주인공이 '난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라고 되새기는 모습이 담긴 장면이다.
정 위원은 "여러분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겠지만, 이 대사 내용처럼 여러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기도하고 당신들의 인생을 건 부모님을 생각하면 조금 더 힘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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