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본 이야기' 새로 꾸며 찾아온 일본영화들
영화 '22년 후의 고백'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국내에서 선보인 영화·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를 담은 일본영화 두 편이 극장에 걸린다. 한 편은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했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스토리다. 원작을 넘어서는 리메이크는 없다고 해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 일본식으로 변형한 '살인범의 자백'
영화 '22년 후의 고백'은 정재영·박시후 주연의 스릴러 '내가 살인범이다'(2012)의 리메이크작이다. 정병길 감독이 연출한 원작은 관객 273만명을 동원했고 일본판 역시 지난해 현지에서 개봉해 3주간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공소시효가 완성되자 범행을 복기한 자서전을 내고 정체를 드러낸다는 이야기다. '22년 후의 고백'은 연쇄살인범이 출판 기자간담회를 통해 단박에 스타 작가가 되고 TV 생방송을 통해 진위를 확인한다는 서사의 큰 틀을 비교적 충실히 옮겼다.
각색된 부분도 적지 않다. 원작에서 과거 사건을 담당한 형사(정재영 분)와 별개로 움직이며 살인범(박시후)을 응징하려는 유족 집단의 활약은 한두 가지 에피소드로 축소됐다. 카체이싱을 비롯해 이들이 주로 맡았던 액션 장면도 줄었다.
대신 오랫동안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온 방송국 앵커 센도 토시오(나카무라 토오루)가 비중있게 나온다. 원작의 언론인들은 시청률에만 혈안이 된 밉상의 조연 캐릭터였다. 영화는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가다가 결말 부분에서 완전히 방향을 돌린다. 원작의 깔끔한 반전을 한 차례 더 뒤집는 셈인데,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고베 대지진과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 등 극중 연쇄살인이 발생한 1995년의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며 현지화했다. 2010년 폐지된 살인죄 공소시효에 관한 법률관계를 자세히 설명하는 일본식 꼼꼼함도 눈에 띈다. 절박함 속에서도 유머를 쏟아낸 정재영과 달리 형사 역을 맡은 이토 히데아키가 시종 진지한 점도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17일 개봉.
◇ 16부작 드라마를 영화 한 편에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지난해 tvN에서 같은 이름의 16부작 드라마로 방영돼 익숙한 이름이다. 드라마에선 배우 이현우와 걸그룹 레드벨벳의 조이가 호흡을 맞췄다. 영화가 2013년 일본에서 먼저 제작됐는데 한국엔 지각 개봉한다. 원작은 모두 발행부수 290만부를 기록한 아오키 코토미의 만화다.
셋 다 천재 작곡가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여고생의 풋풋한 연애담이다. 작곡가 아키는 이름도, 직업도 거짓이다. 인기 밴드 크루드플레이의 곡을 만드는 작곡가지만, 밴드 보컬로 데뷔를 꿈꾸는 고교생 리코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리코가 속한 밴드 머쉬앤코가 크루드플레이와 같은 소속사로 데뷔를 준비하면서 아키는 내면의 갈등이 깊어진다.
영화는 둘의 애틋한 로맨스만큼이나 아키의 음악적 재능과 예술혼, 대중음악계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에도 초점을 맞춘다. '바람의 검심'의 사토 타케루가 시종 고뇌에 젖은 눈빛과 표정으로 아키를 연기했다. 오오하라 사쿠라코가 5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리코 역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했다.
음악이 아키와 리코의 사랑을 이어주는 만큼 영화 안에서 비중도 크다. 오오하라 사쿠라코가 직접 부른 메인 테마곡 '내일도'는 일본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히트를 쳤다. 조이 역시 더 클래식의 '여우야'를 부르며 드라마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여우야'는 극 중 밴드의 오디션 곡이기도 하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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