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CES, '혁신'과 '모호함'을 넘나들다
집과 도시를 바꾸는 AI, 옷 접는 로봇, 미래형 전기차 '이모션'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18만4천 명의 참가자, 25만㎡의 전시장에 들어선 4천여 개 기업의 부스, 1천200여 명의 연사.
올해로 51번째를 맞는 CES가 사상 최대 규모로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했다.
혁신과 모호함의 선을 넘나드는 수많은 신기술과 제품이 올해도 어김없이 선보였다.
과거 TV나 콘솔 게임기가 주를 이뤘던 CES는 이제 가전, 모바일, PC, 자동차, 웨어러블, 콘텐츠, 패션, 악기 등 온갖 제품과 기술이 난무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한두 개의 키워드로 CES를 정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2~3년간의 흐름을 보면 분명한 트렌드는 있다. 연결성(connectivity)을 바탕으로 모바일, 스마트홈, 서버, 서비스 플랫폼의 통합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결성은 지난해 CES의 행사 주제이기도 했다. 여기에 자동차, 인공지능(AI)이 접목될 수 있는 루트가 더해지면서 다른 산업 간의 융합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CES에서 눈길을 끈 제품으로는 '테슬라 킬러'임을 주장하는 피스커의 신형 럭셔리 세단 '이모션'(EMotion)이 꼽힌다.
오는 2020년께 출시를 목표로 하는 이모션은 탄소 섬유 섀시, '레벨 4'의 자율주행기술, 한 번 충전에 400마일(600㎞)을 주행할 수 있는 고속 충전 배터리, 시속 160마일의 최고속도를 갖췄다. 위쪽으로 비스듬히 열리는 나비 문은 보너스다.
미국 제2의 차량호출 업체 리프트가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시범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도 눈에 띄는 아이템이다. 앱티브 기술로 구동되는 리프트의 자율주행 셔틀 택시는 비록 운전자가 앞에 있긴 하지만 차가 알아서 움직인다. 자율주행 택시의 미래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46인치의 초대형 마이크로 LED TV '더 월(The Wall)'과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공개한 UHD(초고화질) 롤러블 디스플레이도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올해 대회 주최 측이 선정한 아젠다인 '스마트 시티(Smart City)'는 첨단 플랫폼 도시가 어느 정도 현실화 단계에 와있는지를 살펴볼 기회였다.
IoT(사물인터넷)와 5G, 빅데이터 등이 통합된 스마트 시티는 AI와 머신러닝의 총합이라 부를만하다.
CPU 시장의 지배자에서 서버, IoT, 통신, 자율주행차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인텔이 스마트 시티에서 선도적인 업체로 꼽힌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은 자율주행차용 칩뿐만 아니라 도시의 교통 인프라 관련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가장 귀여운 로봇'으로 불린 소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는 표현과 음성 제어, 움직임 감지 등에서 로봇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애완견 로봇에 2천 달러(220만 원)를 지불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다.
폴리메이트가 공개한 '옷 접는 로봇'은 기계에 옷을 넣으면 깔끔하게 접혀서 출력되는 성능을 갖고 있다. 아직은 프로토타입이지만 2019년에는 1천 달러가량에 이 로봇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스마트폰 주변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남성의 생식 기능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제작된 '스파르탄'이라는 속옷도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CES는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초기 수용을 테스트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공하는 곳"이라면서 "이곳에서 보는 것이 반드시 1∼2년 안에 상용화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의 기술이 비평가들을 놀라게 하고, 언론의 제목이 될 수는 있지만, 소비자가 이것을 곧바로, 또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CES를 '혁신'과 '모호함'의 경계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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