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실장, 칼둔 외빈접견용 오찬 장소에서 '할랄식' 대접(종합)

입력 2018-01-09 16:17
임 실장, 칼둔 외빈접견용 오찬 장소에서 '할랄식' 대접(종합)

모든 식재료 할랄 인증 상점에서 구입…회동 3시간 30분 넘겨

오찬 장소 가구박물관, 기관장들이 외빈 접견 시 종종 사용

靑관계자 "칼둔, 양국관계 결혼에 비유"…"훈훈한 분위기서 대화"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9일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간 오찬 준비에 각별히 신경을 쓴 모습이다.

청와대가 임 실장과 칼둔 청장 간 오찬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흔적은 이날 메뉴에서부터 엿보였다.

이날 오찬 메뉴는 이슬람교도인 칼둔 청장을 배려한 '할랄식'으로 준비됐다. 할랄은 이슬람교도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메뉴로는 된장으로 절인 대구와 전복, 솔잎 토닉-로즈마리 주스, 트러플 소스로 맛을 낸 닭가슴살, 양고기와 바스마티 라이스 등이 오찬 테이블에 올랐다.

음식에 쓰인 재료는 모두 할랄 인증 상점에서 구매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고기 메뉴의 경우 피를 모두 제거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오찬 장소를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정한 것도 칼둔 청장을 예우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서울시장 등 주요 단체장과 공공기관장들이 외빈을 접견할 때 즐겨 사용하는 장소다.

이날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은 애초 오전 11시께 시작해 점심 식사까지 포함해 오후 1시께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서 시작된 오찬 전 회동이 오후 1시께야 마무리됐고 식사가 이때부터 시작돼 오후 2시 30분께까지 총 3시간 30분 가까이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예정됐던 시간을 훌쩍 넘겨 양자 간에 '친구', '진실' 같은 이야기들이 수십 차례 등장할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 대화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칼둔 특사는 자신이 외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터놓고 이야기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우리의 중동 지역 진출 계획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자문하는 정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칼둔 청장은 양국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면서 '결혼생활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은 도전을 극복하고 화합해 가는 게 결혼 아니냐'고 했다"면서 "좋지 않은 것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아랍 속담도 인용했다"고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에도 두 사람은 미소를 띤 채 서로에게 인사하며 취재진에게도 오찬 회동을 마친 소감을 간략하게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애초에 칼둔 특사는 도어스텝 브리핑(약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임 실장의 요청에 흔쾌히 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칼둔 청장과 긴 시간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얘길 나눴다"면서 "우리 언론에 많은 보도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이번 계기에 한국과 UAE가 얼마나 서로 중요한 친구인지 국민 모두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UAE와 맺은 관계는) 중동에 맺고 있는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 관계를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가자"고 밝혔다.

칼둔 청장은 임 실장을 '나의 친애하는 친구(my dear friend)' 라고 부르면서 말문을 열었다.

칼둔 청장은 "오늘 훌륭한 회동을 한 것은 매우 큰 기쁨이었고 아름다운 시기에 아름다운 한국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저희가 매우 중요히 여기는 관계고 지속해서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와 같은 관계는 정부, 민간, 그리고 공공 영역의 모든 부분을 관장하기도 한다"며 "UAE 국민과 한국 국민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고 그런 관계의 역량은 양국 정부 간 관계에 드러나 있다"고 언급했다.

칼둔 청장은 회동을 마친 후 오찬 장소를 떠나면서도 임 실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임 실장은 기자들에게 "저희가 일 년에 한 번씩 오가면서 양국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에는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신재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 박수현 대변인, 최병선 외교부 중동 2과장 등도 배석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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