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계기 이산상봉 제안했지만…공동보도문에 빠져(종합)

입력 2018-01-09 23:43
수정 2018-01-09 23:43
설 계기 이산상봉 제안했지만…공동보도문에 빠져(종합)



조명균 "이산가족 구체합의 못담아 아쉬워…이산가족 분들께 죄송"



(판문점=연합뉴스) 공동취재단 백나리 기자 = 우리 정부가 9일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에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상봉이 성사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해서 협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상봉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2월 민족의 명절인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하자"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지난해 7월 북측에 군사당국회담과 함께 적십자회담을 제안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 데 이어 고위급회담에서 또다시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기조발언에서 "한반도 평화적 환경을 보장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남북 간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자"고 했을 뿐 구체적인 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날 채택된 공동보도문에도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남측이 함께 제기한 군사당국회담은 개최 합의에 이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시급성을 감안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명균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필요성이라든지 시급성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했고 북측도 상당 부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면서도 "북측 나름의 사정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더 논의하면서 풀어나가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복귀해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번 회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산가족을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담았으면 하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서 "이산가족 분들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은 2월 16일이라 같은 달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 기간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더불어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까지 합의되면 평창뿐만 아니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도 남북 간 대형 이벤트가 벌어지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조건을 걸어둔 상태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의 외신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성 종업원들의 송환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에 조건으로 내걸었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최우선적 과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인 조 장관 역시 자신이 실향민 2세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 명이 넘지만 2015년 10월까지 20차례 열린 상봉행사에서는 4천185건의 상봉만 성사됐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청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해져 시급히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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