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북협력기금 적립 6년간 '0'…재원 고갈 위기

입력 2018-01-09 14:33
인천시 남북협력기금 적립 6년간 '0'…재원 고갈 위기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스포츠 교류 재추진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남북교류의 전진기지로 꼽히는 인천시가 대북교류 사업에 사용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6년간 전혀 적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하고 2005년부터 해마다 시 예산으로 10억∼40억원의 기금을 적립해 교류 사업을 해 왔지만, 2012년부터 작년까지는 기금을 단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았다.

인천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 누적 조성액은 총 131억7천만원이지만, 기금을 쓰기만 하고 빈 곳간을 채워 넣지 않은 탓에 기금 잔액이 현재 16억3천만원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예정된 교류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14억원의 기금을 추가로 쓰게 돼 교류기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의무적으로 일정액을 적립해야 하는 법정기금은 아니다.

인천시는 2010년 5·24조치 이후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 사업 추진이 어려워 기금을 추가 적립할 필요성이 떨어졌고, 시 재정여건도 좋지 않아 기금 적립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천시가 올해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 출산 축하금 100만원 지급 등 각종 복지사업을 확대하며 재정 건전화 성과를 과시한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의지 부족으로 기금 적립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금 규모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현재 기금으로도 교류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돼 교류 사업이 활발해진다면 연내에라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기금을 적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현재 남아 있는 기금을 최대한 활용해 그동안 묵혀온 교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어오는 추세에 주목하며 사업 추진 순위를 선별하고 있다.

우선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함께 강화·개성 역사 학술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북 학자들이 함께 고려 수도였던 개성과 몽골 침략기 수도였던 강화의 궁궐터·성곽을 발굴하며 고려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역사문화유산 도시로서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15년 2월 인천유나이티드FC와 평양4·25축구단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명맥이 끊긴 스포츠 교류도 재개할 방침이다.

시는 두 팀의 친선 축구경기를 재개하고 인천 마라톤 대회와 양궁 대회에 북한 선수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경기도·강원도와 함께 추진하는 말라리아 예방·치료 지원사업도 재추진한다.

인천시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5월 26일 통일부로부터 대북접촉 승인을 받았지만, 북한 당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등을 이유로 면담 일정을 연기하는 바람에 사업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iny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