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고려 불감', 고려 1천100주년 맞아 일본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 관음보살상과 함께 박물관에 기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4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불감(佛龕)과 관음보살상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FM)이 일본의 고미술상으로부터 구매한 뒤 박물관에 기증한 고려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9일 공개했다.
불감은 나무나 돌, 쇠로 만든 매우 작은 규모의 불전(佛殿)이다. 불감은 휴대하거나 탑에 봉안했는데, 불교미술과 금속공예의 변화 양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에 돌아온 고려 불감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사진으로만 존재가 알려졌으나, 기증을 통해 실물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불감은 일제강점기 고미술 수집가였던 이치다 지로(市田次郞)의 손에 들어간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약 30년 전 고미술상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제 불감은 고려시대 말부터 조선시대 초기까지 집중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약 15점이 남아 있다.
소형 불감은 지붕 모양의 뚜껑이 있는 '전각형'과 지붕이 없는 '상자형'으로 구분되는데, 기증된 고려 불감과 같은 상자형은 사례가 적은 편이다.
이 불감에는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 안쪽에 타출(打出·두드려서 모양이 겉으로 나오게 하는 것) 기법으로 조각된 석가여래의 설법 장면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협시보살과 10대 제자, 팔부중(八部衆·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이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 있다.
이러한 도상은 고려시대 불감 중 유일하게 팔부중이 등장하는 여래설법도로 조선 후기에 유행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의 시원으로 볼 수 있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설명했다.
관음보살상은 불감과 일체를 이뤘던 유물로 추정된다. 불감에는 본래 2구의 불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나, 현재는 한 점만 전한다. 이 보살상은 원과 명의 영향을 받은 금동상과 양식적으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물의 성분 분석 결과, 불감은 뚜껑과 앞면, 뒷면 등이 동으로 제작됐고 보살상은 은으로 제작한 뒤 도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기념해 12월 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개최하는 '대고려전'에서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일반에 선보일 방침이다.
유물을 기증한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은 젊은 경영인들이 2008년 결성한 문화 후원 친목 모임이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고려 불감을 포함해 그동안 10건의 유물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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