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외롭지도 않아"…나홀로 노인들 경로당서 한집살림
옥천군, 혼자 사는 노인들 따뜻한 경로당서 겨울나도록 주선
노인 일자리사업 연계한 살림 도우미 지원해 점심식사도 제공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이원면 윤정리 경로당은 요즘 늦은 밤까지 훤하게 불을 밝힌다.
이 마을의 혼자 사는 할머니 5∼6명이 집 대신 이곳에서 모여 함께 겨울을 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이곳은 지난달 옥천군으로부터 혹한기 노인 공동생활공간으로 지정됐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차가운 집에 가지 않고 따뜻하게 생활하도록 석 달 동안 90만원의 난방비가 추가 지원된다.
3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주민의 절반가량이 혼자 사는 노인이다. 이들은 낮에 경로당에 모여 지내다가도 해가 지면 썰렁한 집에 돌아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추위에 떨기 일쑤였다.
옥천군은 노인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기 5명 이상 합숙 희망자가 있는 경로당을 대상으로 공동생활을 주선하고 있다. 2년 전 처음 시작한 사업인데, 이번 겨울에는 참여 경로당이 19곳으로 늘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하루 세끼 함께 식사를 하고, 밤이 되면 한이불 속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잠든다.
윤정리 경로당서 생활하는 임정임(85) 할머니는 "혼자 지낼 때는 식사를 건너뛰기 일쑤였는데, 이곳에 온 뒤 그럴 일이 없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무료하지 않게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5명 이상이 함께 모여 점심 식사를 하는 경로당에 살림 도우미를 지원하는 '쿡&클린(cook&clean)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해당 마을의 65세 이상 여성 중 1명을 살림 도우미로 지정해 식사 준비와 청소 등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노인 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마련된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다른 노인을 돌보게 하는 일종의 '노노케어'(老老care) 사업이다.
경로당이 단순한 노인 여가시설을 넘어서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하는 합숙공간으로 변신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군은 이달 중 도우미 운영을 희망하는 경로당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미리 파악된 급식실태 등을 고려할 때 관내 경로당(294곳)의 3분의 1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살림 도우미한테는 한 달 30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27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군은 식사 인원이 많은 곳은 도우미를 2명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최대 15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일수록 경로당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과거 화투장이나 만지면서 무료함을 달래던 곳에서 이제는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즐기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 공동생활이 시작된 뒤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부모님 걱정을 덜게 됐다며 크게 반긴다"며 "혹한기에 이어 혹서기까지 공동생활을 확대하고, 쿡&클린 서비스도 시험운영 기간을 거친 뒤 대상을 넓혀나가겠다"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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