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좌절' 맛본 윤덕여 감독 "월드컵 진출로 반전"
E-1 챔피언십 '3패' 부진 딛고 여자월드컵 출전권 도전
"패배 아픔 잊을 수 없어…절치부심할 자극제로 삼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E-1 챔피언십에서의 패배를 잊을 수 없다. 절치부심해 재도약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 오는 4월 아시안컵 본선에서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반드시 따내겠다."
윤덕여(57)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최고의 '환희'와 최악의 '시련'을 차례로 경험했다. 천당과 지옥,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작년 4월에는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에서 홈팀 북한을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김일성경기장에서 5만여 북한 주민들의 단체 응원을 견뎌내고 이뤄낸 '평양 기적'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프랑스 여자월드컵으로 가는 첫 관문을 힘겹게 통과한 여자축구의 성과에 "복권에 당첨된 느낌이었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에서는 시련을 겪었다.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일본과 북한, 중국에 차례로 무릎을 꿇어 3전 전패,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더욱이 신태용 감독이 이끈 남자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대파하고 E-1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려 남녀 대표팀의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했다.
E-1 챔피언십 부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18년을 맞은 윤덕여 감독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 본선이 여자축구가 만회 골을 터뜨릴 절호의 기회다.
윤덕여호가 4월 6일 요르단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 본선에서 참가국 8개국 가운데 5위 안에 들면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얻는다. E-1 챔피언십 '3패' 불명예를 씻어내는 건 물론 침체한 여자축구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여자대표팀을 지휘하는 윤덕여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윤 감독은 "E-1 챔피언십 패배의 악몽이 마음에 남아있지만, 진실한 땀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아울러 얻었다"면서 "철저한 준비로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5년에도 패배가 선수들의 승리 의지를 자극하는 약(藥)으로 작용했던 경험이 있다.
그해 3월 키프로스컵에서 12개 참가국 중 11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3개월 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내년 여자월드컵 진출권을 따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 아시안컵 본선 B조에서 호주, 일본, 베트남과 조 2위까지 주는 월드컵 직행 티켓을 다툰다.
호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로 한국(FIFA 랭킹 14위)보다 10계단 높은 강호다.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한국에 뼈아픈 2-3 패배를 안겼던 일본(FIFA 9위)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전력이 급상승하는 베트남(FIFA 랭킹 32위)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윤 감독은 일단 2위 안에 들어 4강 팀에 주는 월드컵 직행 티켓에 도전한다. 여의치 않다면 3위로 나가 5-6위 결정전에서 승리해 마지막 출전권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A조에선 중국의 우세 예상 속에 개최국 요르단과 태국, 필리핀이 2, 3위를 놓고 겨룬다. 한국이 3위를 하더라도 A조의 3위를 꺾는다면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윤 감독은 "조 2위를 무조건 차지한다는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고, 3위로 밀리더라도 태국 또는 요르단과 대결에서 월드컵 진출의 마지막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여호는 아시안컵 본선의 리허설 무대로 2월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알가르베컵을 선택했다. 이 대회에는 한국과 본선에서 맞붙는 일본과 호주도 참가한다.
한국은 알가르베컵 예선에서 스웨덴, 캐나다, 러시아 등 유럽 강호들과 대결한다.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강팀들과 모의고사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는 셈이다.
윤 감독은 "스웨덴이 여자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강호이고, FIFA 랭킹 5위인 캐나다도 체력과 높이에서 강점을 지녀 우리 팀이 제대로 강팀들과 상대할 기회"라면서 "선수들에게도 아시안컵을 앞두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20일 소집돼 대회 개막을 1주일여 앞둔 22일 포르투갈로 이동할 예정이다.
알가르베컵은 FIFA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기간에 열리기 때문에 해외파인 지소연(잉글랜드 첼시)과 전가을(호주 멜버른 빅토리아)도 참가할 수 있다.
윤 감독은 "지소연 선수는 에이스의 큰 중압감에도 언제나 선수들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선수"라면서 "E-1 챔피언십에서 잘해줬던 이민아와 대학생으로 참가했던 한채린, 장창, 손화연도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해 키프로스컵 준우승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 평양 기적을 이뤄냈던 것처럼 월드컵까지 만들어가는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포지션에서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대표로 뽑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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