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국민추도회 준비위원' 문 대통령, '1987'과 각별한 인연

입력 2018-01-08 15:12
'박종철 국민추도회 준비위원' 문 대통령, '1987'과 각별한 인연

문 대통령 "박종철 씨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박종철·조국·김윤석·오달수는 부산 혜광고 동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면서 문 대통령과 영화 속 이야기 사이의 관계도 눈길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1987을 관람하기에 앞서 영화 출연진과 박 씨의 형 종부 씨, 고(故) 이한열 씨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과 사전 환담을 하는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1987년 당시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배우 문성근 씨가 "6월 항쟁 때 부산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에 계시면서 박종철 씨 집에도 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댁으로 찾아뵙고 했죠"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박종철 씨) 아버님이 공무원을 하셔서 입장이 굉장히 난처했고, 안팎으로 고통이 많으셨을 것"이라면서 옆에 앉아있던 박종부 씨에게 "아버님은 요즘도 거동을 안 하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박 씨의 아버지는 당시 양수장 관리직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인 '문재인의 운명'에는 당시의 상황이 자세히 나와 있다.

1987년 2월 7일 '박종철군 국민추도회 준비위원회'가 국민추도회를 전국 각지에서 일제히 개최했는데 당시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이 추도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추도회 장소로 예정됐던 부산 시내의 사찰 대각사를 경찰이 원천봉쇄하자 남포동 부산극장 앞 도로로 추도회 장소를 변경했고, 뒤늦게 경찰이 주변을 포위하자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연좌농성을 시작한 것으로 나와 있다.

결국, 경찰은 연좌농성을 했던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광일 변호사를 연행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막바지에 전국에서 일어난 6월 항쟁 당시의 모습이 나온다는 감독의 설명에 "6월 항쟁은 서울 항쟁 화면만 보여줘도 되는데, 박종철 열사와 관련된 거라면 화장해서 재를 뿌리는 장면이나 49재가 특별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종철 씨, 영화에 출연한 김윤석, 오달수 씨가 부산의 혜광고등학교 동문인 것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조 수석은 "제가 제일 선배고 종철이가 고등학교 1년 후배, 박종철 2년 후배가 김윤석, 김윤석 2년 후배가 오달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혜광고가 아주 명문이다"라고 호응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987'이 제작될 시기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하게 퍼져 불이익이 많을 때였는데도 많은 배우가 흔쾌히 참여해 준 데 감사의 뜻도 표했다.

문성근 씨는 "한국 영화 사상 이렇게 (주연급 배우가) 많이 나온 영화가 없다"고 말했고, 그러자 문 대통령은 영화 속에서 장세동 안기부장 역을 맡은 문 씨에게 "그 덕분에 안기부장도 한 번 하시고…"라며 농담을 건넸다.

영화에서 이한열 씨의 역할을 한 강동원 씨 옆에 앉아있던 배은심 여사는 "영화 홍보 포스터에 강 배우가 안 나와서 섭섭하다고 했는데 작가가 '깜짝 놀라게 감춰놨다'고 해서 (내가) '변명이 일색이다'고 했다"고 전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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