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파드 2017' 군사훈련, 나토와의 전면전 가상한 것"

입력 2018-01-08 11:06
"러시아 '자파드 2017' 군사훈련, 나토와의 전면전 가상한 것"

에스토니아 방위군 사령관, 실제 참가 병력도 허용치 상회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러시아가 지난해 9월 실시한 대규모 군사훈련 '자파드 2017'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전면전 상황을 가상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리호 테라스 에스토니아 방위군사령관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회견(6일)에서 "자파드 훈련은 유럽에서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공격을 상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훈련은 지난해 9월 14일부터 20일까지 벨라루스, 발트 해, 서부 러시아,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등 유럽 접경지역에서 이뤄졌다. 이 훈련은 4년마다 실시된다.

테라스 사령관은 이 훈련이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군과의 충돌 상황에서 급하게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실시됐다는 나토 측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전날 독일 일간 빌트와의 회견에서 "자파드 2017 훈련 규모가 북유럽에서 흑해까지 이를 정도로 광범위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발트 해 연안국과의 교전만을 가상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훈련의 규모는 공식 발표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빌트는 복수의 서방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자파드 훈련이 "순수 방어용"이라는 러시아 측의 주장과 달리 "유럽에서 나토에 대한 전면적인 재래전 기습공격을 가상한 것"이라고 전했다.

빌트는 또 이 훈련에 1만2천700명의 병력이 참가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며, 실제로는 에스토니아 국경에서 실시된 훈련에만 1만2천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핀란드 북부 지역과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훈련에 참가한 러시아군 병력만도 1만 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협약에 따라 나토와 러시아는 1만3천 명 이상의 병력이 동원되는 군사훈련에는 상대방의 감시와 참가 병사들과의 대화를 허용하게 돼 있다.



정보기관 관계자들도 자파드 2017 훈련이 독일과 네덜란드 등 나토 회원국과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까지 기습 공격하는 상황을 재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발트 해 연안국의 공항과 항만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유럽 내 "공항, 항만, 동력원"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가상 공습 상황도 훈련에 포함됐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해 10월 27일 '나토-러시아 이사회'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자파드 훈련 기간에 일종의 전자전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이 기간에 라트비아와 노르웨이, 스웨덴 일부 지역의 전화 서비스가 몇 시간 동안 두절됐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당시 발트 해에 있는 러시아의 통신함에서 전파방해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자파드 훈련 기간에 북부 플레체스크 기지에서 1만2천여㎞ 떨어진 극동 캄차카 반도를 향해 신형 핵탄두 여러 개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 발사시험도 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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