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30] ⑨ 성화봉송도 착착…달아오르는 대회 열기
AI·지진·화재 참사 딛고 70일간 전국 방방곡곡 빛내
대규모 퍼포먼스·이색 봉송·애틋한 사연으로 감동 더해
(평창=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Let Everyone Shine!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아, 더욱 뜨겁게 타올라라"
그리스에서 불꽃을 피운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전국을 돌며 대회 성공개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 도착한 성화는 9일을 기점으로 31일 뒤인 2월 9일 최종 목적지인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개·폐회식장 성화대에서 휘황찬란하게 타오른다.
총 길이 700㎜, 올림픽 개최지 평창의 해발고도 700m를 상징하는 성화봉의 꺼지지 않는 불꽃은 어느덧 절반을 지나 평창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특히 9일 남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열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수많은 국민 염원을 담은 성화가 평창에서 더 큰 불꽃으로 발화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평창 성화는 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지난해 11월 1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제주∼부산∼울산∼경남∼전라∼충청∼경북 일정을 마친 불꽃은 이달 5일 강원도와 경계를 마주한 경기도에 들어섰다.
대한민국에서 70일을 빛낸 평창 성화는 그 불꽃이 지나는 길마다 국민 가슴 속에 뜨거운 열정을 불어넣으며 감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간직한 제주 해녀들이 성화를 바다에서 봉송했고, 순천에서는 400명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봉화 언덕을 오르내리며 대규모 강강술래 퍼포먼스를 펼쳤다.
평창올림픽의 해인 2018년 무술년 첫날을 포항 호미곶에서 해돋이와 함께 시작한 성화는 이달 5일 경기도에 도착해 인천과 서울, 다시 경기도를 거쳐 21일 마침내 평창이 위치한 강원도에 입성한다.
성화봉송에는 주자 7천500명이 2천18㎞를 달린다. 7천500이라는 숫자는 남북한 인구를 뜻하고, 2천18㎞는 올림픽 개막 연도라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현재까지 봉송에 참여한 주자는 4천 명이 넘는다.
만 11세 나이로 피겨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기록을 새로 쓴 유영 선수를 시작으로 유재석, 박명수, 수지 등 유명 연예인과 차두리, 추신수, 박찬호 등 전·현직 운동선수들이 봉송에 참여했다.
유명인뿐 아니라 제주 해녀를 비롯해 교사, 대학생, 소방관은 물론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시민이 대거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88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주자 자녀들이 평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한 사연, 곧 태어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예비 아빠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평창의 불꽃을 옮기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봉송단은 단지 지역을 돌면서 성화를 밝히는 데만 그치지 않고 각 지역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거치며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봉송에는 기차, 비행기, 배, 자전거 등 일반적인 교통수단 외에 특이하고 다양한 이동 수단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산 요트, 전남 여수 해상케이블카, 경남 통영 거북선, 충남 부여 황포돛배, 전남 곡성 증기기관차, 대전 로봇 등을 활용한 이색 봉송이 펼쳐졌다.
알파인스키 활강경기가 열리는 정선에서는 한반도 지형을 지나는 이색 봉송이 예정돼있다.
한반도 지형을 배경 삼아 국내 최장길이(1.1㎞)를 자랑하는 병방산 짚 와이어를 타고 아름다운 불꽃의 길을 하늘에 그려놓는다.
강원도 최남단에 있는 동해안의 관문 삼척에서는 해양 레일바이크를 활용한 이색 봉송이 준비돼있다.
성화는 조류인플루엔자(AI), 지진, 화재 등 악재에도 불꽃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다.
성화봉송을 시작한 지 불과 보름만인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자 봉송 일정도 바뀌었다.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 화재 참사로 다음 날 봉송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추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남은 기간 성화는 서울 경복궁에서 조선 시대 임금의 행차와 나란히 이동하는 어가행렬 성화봉송과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인 고양,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을 지나며 역사적 의의를 더한다.
경기 북부지역은 우리나라 안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으로 올림픽 평화의 정신은 철책선을 넘어 북녘에도 전해질 전망이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점화되는 순간까지 다양한 소재로 봉송을 진행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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