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조명균-北리선권 수석대표에 남북관계·체육전문가 포진
南 천해성·노태강 vs 北 전종수·원길우로 '맞춤형' 구성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오는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에 참석할 북측 대표단 5명의 명단을 7일 통보해오면서 2년 만의 남북 회담에 나설 양측 진용이 갖춰졌다.
우리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대표단에는 남북관계와 체육 분야, 그리고 올림픽 실무에 밝은 인사들이 고루 포진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장관은 현재 통일부에서 북측과 회담 경험이 가장 많은 '회담통'이다. 빠른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유연한 태도로 남측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북측을 설득해내는 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1990년 중후반부터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회담 대표를 맡아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금강산관광 활성화와 남북경제협력 등을 위한 회담 대표를 도맡았고 개성공단 출범 당시에도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을 맡아 북측과 협의를 했다. 2007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장에 대통령 안보정책비서관으로 배석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역시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때 통일부 회담기획부장을 맡는 등 다수의 남북회담에 깊이 관여했다.
2013년 6월 통일부 정책실장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에 수석대표로 나갔을 때는 북측에서 여성인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나와 '남남북녀 회담'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남북 회담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평창올림픽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북측의 참가와 관련한 제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인사다. 대표단에 포함된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도 마찬가지다.
북측도 우리 측 대표단 5명에 각각 '맞춤형'으로 대응할 만한 인사를 골라 대표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 대표단을 이끌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또한 남북협상 경험이 많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통'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군 출신인 그는 2006년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에 북측 대표로 참가하는 등 군사실무회담에 주로 참석했으며 2010년 3월에는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 북측 단장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오른팔로도 전해졌다. 2010년 5월에는 천안함 사건이 북측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에서 국방위 정책국 소속으로 직접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승승장구한 그는 2014년 10월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함께 참석했으며 2016년 6월 국가기구가 된 대남기구 조평통의 수장을 맡았다.
전종수도 2000년대부터 각종 남북 당국회담에 참여해온 대표적 '회담일꾼'으로 꼽힌다.
전인철 전 북한 외교부 부부장의 아들인 그는 조평통 서기국에서 참사와 부장, 부국장 등을 두루 거치며 대남 업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6년 조평통의 국가기구 개편 이후 조평통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는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으로 가장 최근의 남북회담인 2015년 12월 열린 차관급 당국회담에 대표로 나와 당시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상대했다.
황충성 조평통 부장은 2015년 차관급 남북회담과 2013년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등에도 북한의 대남 협력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참사 자격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에 여러 차례 나섰던 황충성이 이번 대표단에 포함된 것은 북한이 향후 경협 관련 논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길우 체육성 부상은 지난달부터 북한 매체에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회의에 참석하는 등 국제교류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왔다.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은 과거 이력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림픽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라는 이름이 그간 북한 매체에 등장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평창조직위원회에 대응하는 조직을 신설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남북 대표단 진용으로 볼 때, 전체회의에서는 조명균 장관과 리선권 위원장이 주로 대화를 하고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 등 향후 회담 결과물을 조율하는 실무대표접촉은 천해성 차관과 북측 전종수가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평창올림픽 참가에 관한 실무적 입장 교환은 노태강 차관, 원길우 부상 등 양측 체육계 인사들이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종수는 지금까지 각 분야 남북회담에 거의 참석했던 남북관계 전문가"라며 "평창올림픽을 제외한 남북관계 제반 문제에 대해서 실무회담을 할 때 총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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