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멸종' 수마트라 코뿔소의 힘겨운 생존기
말레이에 남은 한쌍 중 암컷, 자궁암으로 위기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불법포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희귀종인 수마트라 코뿔소가 말레이시아에서 사실상 멸종 상태인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암수 한 쌍마저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7일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보르네오 섬 북동부 사바주(州)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는 이만, 케르탐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레이시아 내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 한 쌍이 살고 있다.
이 보호구역에는 총 3마리의 수마트라 코뿔소가 살아남아 보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푼퉁'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컷 한 마리가 피부암 투병 끝에 안락사했다. 왼쪽 얼굴 부위에 피부암의 일종인 편평상피암(SCC)이 생겨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지 못했고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제 말레이시아에는 수마트라 코뿔소 2마리가 남았는데, 이들의 생존도 힘겹기만 하다.
마지막 남은 2마리 가운데 암컷인 이만이 암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다.
몇 년 전 나타난 자궁암이 악화하면서 최근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자궁 출혈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치료법을 알지 못해 손도 대지 못한다. 쇠약해진 이만은 물만 마실 뿐 먹지도 못한다.
어거스틴 투우가 사바주 야생동물부 부장은 "이만은 과거에도 같은 증세를 보인 적이 있다. 그때는 비교적 손쉽게 처치했다"며 "이번에도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수마트라 코뿔소의 야생상태 개체 수는 100마리도 안 된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야생 수마트라 코뿔소가 목격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암컷의 수정란을 채취해 인공수정 등으로 종 보전을 시도했지만, 유일한 암컷인 이만 마저 죽으면 이런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다.
수마트라 코뿔소 보호운동을 벌여온 보르네오 코뿔소 연대의 주나이디 파인 박사는 "수마트라 코뿔소의 명맥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인도네시아와 협력해 시험관 수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마트라 코뿔소는 지구에 2천만 년 전부터 살았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역사는 불과 100년"이라며 "사람이 죽은 뒤에는 살아생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수마트라 코뿔소를 되살리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 할만한 가치가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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