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핵갈등 한가운데 선 호주 거주 젖먹이 엄마

입력 2018-01-06 11:57
미국-이란 핵갈등 한가운데 선 호주 거주 젖먹이 엄마

미 교역법 위반 혐의 이란 국적 여성, 구금 상태 출산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 거주하는 젖먹이 엄마가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미국과 이란 간 다툼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란 국적의 이 여성은 임신 상태에서 호주 당국에 체포돼 최근 출산했으며, 약 6개월째 여전히 구금상태다.



이란 정부는 호주 정부를 향해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줄기차게 석방을 요구하면서 두 나라는 외교적 다툼에 휩싸여 있다.

6일 호주와 이란 언론에 따르면 호주 당국은 지난해 6월 애들레이드에 거주하고 있던 이란 국적의 여성 네가르 카니를 체포했다. 카니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미국 정부가 자국 교역법을 위반했다며 인도를 요청해 취해진 조치였다.

미국 법원 자료에 따르면 카니는 다른 이들과 함께 2010년 12월부터 2012년 3월 사이 말레이시아 내 유령회사를 이용, 미국이 이란에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핵 프로그램 관련 장비를 미국 기업으로부터 사들였다.

이는 재포장돼 이란으로 보내졌으며 그 과정에 말레이시아 세관에 제출되는 서류도 조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8월 미국 미네소타 대배심은 카니에게 적용된 사기와 밀수, 돈세탁 혐의를 인정해 기소했다. 이 혐의들이 인정되면 카니는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6년 전 호주로 이주해 석유와 가스 컨설팅 업무에 종사해오던 카니로서는 미국에서 장기간 수감생활을 한 뒤 추방될 수 있는 처지에 몰렸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란군 미사일 시스템의 부품을 설계했다는 이유로 카니가 일했던 이란 기술회사 파나모지를 거래금지 대상에 올렸다.

현재는 카니의 보석 신청에 따른 법적 절차가 착수된 상태다. 변호인은 카니가 자칫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며 보석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카니는 주중 하루 2시간, 주말에는 하루 최대 80분까지를 아기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정부와 의회 등이 나서 카니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호주 정부의 구금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 외교부의 하산 카시카비 부총리는 테헤란 주재 호주대사를 이미 수차례 불러 이야기를 했다며 자국 인사가 호주를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말했다.

이란 외교부는 카니가 실제로 거래할 당시의 미국 법에 따라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지만, 현재로는 그런 제재가 더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메르 통신은 카니의 체포와 관련해 결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