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생방송 드라마] "사고방지 시스템 갖춰야" ②
자체 인프라 갖춰 위기관리 해야…"tvN, 시스템 부재 속 편수 확대"
살인적인 스케줄은 여전…밤샘 촬영, 부족한 시간에 늘 사고위험 노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역대 '생방송 드라마'의 사고가 마지막회에서 발생한 것과 달리 tvN '화유기'는 단 2회만에 최악의 방송사고를 냈다. 지난달 24일 방송 도중 10여분씩 두 차례 방송이 지연되더니 결국 드라마 중간에 방송을 끝내버렸다. 2회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해 벌어진 대참사다.
이에 대해 방송가는 "방송가 후발주자인 tvN이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를 무리하게 제작하다 빚어진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고 위험 속에서도 지금껏 '생방송 드라마'들이 계속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화유기' 같은 대형사고는 아직 없었던 덕분(?)이다. 방송사마다 그러한 마지노선은 넘지 않도록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tvN은 시스템이 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 편수만 확대하면서 이같은 사고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tvN, 시스템 부재·위기관리 능력 부실 드러내
'화유기'의 사고는 방송가에서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배경수 KBS 드라마 CP는 "'화유기' 사고를 드라마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데는 어폐가 있다"고 잘랐다.
배 CP는 "드라마 현장은 연출자가 총 책임을 지는 것이긴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 드라마 현장도 시스템의 관리하에 돌아가고 있다"면서 "작품 편수가 많아지고 빨리빨리 제작해야 하는 속에서 각 분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드라마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드라마가 '생방송 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는 것은 연출자나 스태프 등 인력이 부족할 경우 방송사들이 즉각 추가 인력을 투입해 위험을 분산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tvN은 이게 부족한 상태에서 드라마 편수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체 인프라가 있어서 필요하면 A팀 외에도 B팀, C팀까지도 운용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해서 부담과 위험을 줄여나가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촬영을 시작한 '화유기'는 1~2회 촬영에 무려 54일을 투입했다. 일찍 촬영을 시작했지만 제작 스케줄 운용에 실패한 것이다. CG의 비중이 높은 판타지 드라마임에도 2회 방송이 CG 미비로 대참사를 빚을 때까지 연출자 박홍균 PD 외 누구도 이 드라마를 관리하지 못했다.
tvN은 대참사가 빚어지자 뒤늦게 '구가의 서'를 연출한 김정현 PD와 '하백의 신부'를 연출한 김병수 PD를 추가로 연출자로 투입해 B팀, C팀 체제를 갖췄다.
tvN은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지만 제작진의 욕심이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에 비해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CG를 감안해도 그렇다.
하지만 tvN은 끝까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tvN은 지난 5일 방송 재개를 알리면서 "우리 드라마 산업은 국민들의 큰 사랑과 한류 확산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콘텐츠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일련의 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tvN의 시스템 부재로 빚어진 '화유기' 참사를 드라마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살인적인 스케줄에 배우, 스태프 모두 사고위험 안고 가
'화유기'의 방송사고는 이례적이지만, 모든 '생방송 드라마'가 살인적인 스케줄로 진행된다. 그로 인해 배우도, 스태프도 연일 밤샘 촬영 등 휴식시간 없이 일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방송사고가 아닌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큰 인기를 끈 SBS TV '용팔이'의 주인공 주원은 드라마가 끝난 뒤 토크쇼에 나와 "석 달을 촬영하는데 거의 두 달가량 미친 듯이 밤새웠어요. 차로 이동을 하면서 링거를 맞고. '일찍 죽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잠시 목이 멨다. 다시 떠올려도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팔이'는 시청률 20%를 넘기는 인기를 얻었고, 주원은 이 드라마로 그해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반면 그가 '여유'를 갖고 촬영한 사전제작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지난해 신통치 못한 평가를 받았다.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생방송 드라마'가 계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결국 사달이 났다. 지난달 23일 '화유기'의 세트장에서 한 스태프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대형사고가 난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제대로 된 설계도면 없이 부실한 자재로 시공된 환경에서 안전장비 없이 무리한 작업 요구를 수행하다 추락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유기' 스태프가 과도한 노동시간에 따른 피로 누적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바쁠수록 합리적인 방식으로 촬영현장이 굴러가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사전에 조율이 된 상태에서 일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다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tvN은 앞으로 이 같은 사고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방송 스태프의 최소 주 1일 이상 휴식을 보장하고, 공인 안전관리업체를 통한 안전 컨설팅 진행 후 세트시설물과 관리시스템을 추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열해지는 드라마 제작 전쟁에서 촬영현장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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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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