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뛰기 꿈나무, 월드비전 '희망날개' 달고 힘찬 비상
'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신기록' 국가대표 김용원 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종합운동장. 검게 탄 얼굴에 체격이 다부진 한 남학생이 운동장에 섰다. 관중의 응원 속에 서서히 한 걸음씩 도움닫기를 시작한 그는 마침내 힘차게 구름판을 딛고 날아올랐다.
긴장한 듯한 그는 바닥에 두 발을 디딘 뒤에야 살짝 웃었다고 한다. 공식 기록은 7m 87㎝. 대전 체육고 3학년 김용원(19) 군이 제98회 전국체육대회 멀리뛰기 고등부 신기록을 세우던 순간이었다.
6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김 군은 어린 시절부터 달리기에 두각을 드러냈다. 교내 달리기 대회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장래희망은 육상 국가대표였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김 군은 늘 마음 한 편이 무거웠다.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아버지까지 일하다 다치면서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운동화나 운동복을 살 때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김 군이 꿈을 잃지 않았던 데는 월드비전의 청소년 지원프로그램 '희망 날개 클럽'의 도움이 있었다. 환경이 어려운 학생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프로그램 내용이 눈길을 끌어 평소 교류가 있던 복지관을 찾아 지원서를 냈다.
김 군은 "아무래도 운동용품 구입비나 훈련비 등 돈이 들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2016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김 군은 운동복이나 운동화, 훈련용품을 사는 데 필요한 경비를 매년 200만 원 정도 받았다. 한결 부담을 덜어낸 그는 오직 운동에만 집중했고 부상마저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전국 종별 육상 경기 선수권대회 멀리뛰기 1위, 8월 추계 전국 중고 육상 경기대회 멀리뛰기 1위를 거머쥔 김 군은 전국체전에서 14년 만에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국가대표로 당당히 올라섰다.
김 군은 "전국체전은 매년 출전했지만 2016년 첫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작년에 첫 금메달을 따서 값지다"면서 "학교로 공문이 와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다"고 떠올렸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김 군은 대학에서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일찌감치 김 군의 재능을 눈여겨본 한 대학은 그에게 체육학과 4년 전액 장학생을 제안했다. 김 군은 오는 3월 새내기 대학생이 된다.
김 군은 "기록이 잘 나오지 않을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운동을 통해 부모님께 조금 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한국 육상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y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