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명암] 일자리 줄고 취약계층 고용불안 커져

입력 2018-01-07 06:11
[최저임금 명암] 일자리 줄고 취약계층 고용불안 커져

문 닫는 편의점 늘어나…주유소·영세식당 직원 감축 움직임

中企 상당수 신규채용 보류…설비 자동화·해외 공장 이전 움직임도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된 지 일주일이 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확대, 생산증가,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노동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은 당장 급격하게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신규채용을 보류하고 편의점과 영세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기존 인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고령 근로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불안도 커지고 있다.

◇ 편의점주 "알바생 17명에서 4명으로 줄었어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3개 점포를 운영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이후 차츰 줄여 현재는 1개 점포만 운영한다.

점포가 줄면서 박씨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17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박 씨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신의 근무 시간을 하루 9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고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계상혁 회장은 "회원사들을 보면 과거에는 한 달에 5개 점포 미만으로 폐점했는데 작년 가을부터는 한 달 평균 20곳 이상 폐점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된 1월 인건비를 2월에 지급하고 나면 더 많은 점주가 폐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야에 문을 닫는 편의점도 생겨나고 있다. 24시간 운영이 특장점인 편의점이 심야에 영업하지 않으면 낮 손님도 잃을 수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지난해 10월부터는 자정부터 오전 6∼7시까지 심야에 영업하지 않고 있다"며 "그 덕분에 알바생은 주말에 1명, 평일은 1.5∼2명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도 아르바이트생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거나 셀프주유소 전환 등으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손님이 적은 취약시간에는 영업하지 않는 주유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셀프주유소 전환에 최소 1억원이 드는데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장들은 셀프주유소 전환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직원들 안 아프기만 바랄 뿐"…인건비 부담에 전전긍긍

영세식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출 부진은 계속되는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니 인력 감축이나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허 모 씨는 "직원이 아프거나 사정이 생기면 가끔 파출 인력을 부르는데 1인당 일당이 8만원에서 9만원 이상으로 올랐다"며 "기존 인력을 당장 줄이기는 어려우니 파출 인력이라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직원들이 안 아프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당동에서 프랜차이즈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하 모 씨는 최근 쌀국수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인원 감축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손님들이 뜸해져 매출이 줄게 되면 인원 감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무인계산대(키오스크) 설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는 현재 전국 매장 1천350곳 중 640곳에, 맥도날드는 440곳 중 220곳, 버거킹은 311곳 중 109개 매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돼있다. 전체 매장 2∼3곳 중 하나꼴로 키오스크가 설치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시간을 줄여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키오스크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며 "인건비 절감이라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전국 회원 1천4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 72%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난이나 해고 등을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중소기업, 신규채용 미루고 설비 자동화 나서

중소 제조업체들은 신규채용을 보류하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지켜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공장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이거나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용접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최근 환율 하락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여건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용접용품을 제조해 조선소에 납품하는 이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7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은 30여명이고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가량이었다.

김 대표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면 직원을 줄이든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싼 베트남 등 외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쪽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금속가공 중소기업의 이 모 대표는 지난해 11월 2억원짜리 금속 절단기계 1대를 추가 도입했다. 직원 수를 동결하는 대신 현재 3대인 절단기를 6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우리 같은 소기업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의 문제"라며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1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2018 중소기업 경기전망·경제환경 전망조사'를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이 없다'(41.3%) 또는 '미정'(40.6%)이라고 답한 기업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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