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야당정치인 수난시대…'세속주의' 베식타시 구청장도 해임

입력 2018-01-05 15:50
터키 야당정치인 수난시대…'세속주의' 베식타시 구청장도 해임

야당 "정치수사에 따른 부당 조처…주민 의지 박탈한 것" 주장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세속주의 중심지이자 명문 축구클럽의 연고지인 베식타시 단체장이 공직을 박탈당했다.

터키 내무부는 4일(현지시간) 무라트 하지네다르 베식타시구청장을 직권으로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터키 내부무는 하지네다르 구청장에게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 연루, 특혜 제공, 공공자산 유용 등의 혐의가 수사에서 드러나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에 접한 베식타시구는 유적, 상업 빌딩, 고급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이스탄불 안에서 매우 높게 형성된 지역이다.

베식타시는 세속주의 분위기가 강한 곳으로, 대학생과 시민사회의 반정부 시위의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터키 시민운동의 상징 탁심광장이 장기간 친정부 시위 공간으로 쓰인 후 베식타시에서 세속주의 집회가 많아졌다.

터키 야권은 이번 조처가 '표적 수사', '정치 수사'에 따른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네다르 구청장은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이다.

지난달에는 같은 당 소속 이스탄불 아타셰히르구청장 바타 일게즈디가 내무부로부터 직위를 박탈당했다.

CHP 대변인 뷜렌트 테즈잔 의원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하지네다르 구청장은 부당하게 해임됐다"면서 "정당함도 정의도 없이, 국민의 의지를 부정한 조처"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한편 터키 남동부 디야르바크르법원은 이날 제2 야당 '인민민주당'(HDP) 소속 이드리스 발루켄 의원에게 테러조직 연계 혐의와 테러 선전 혐의로 16년 8개월형을 선고했다.

HDP는 쿠르드계와 아르메니아계 등 터키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2016년 쿠데타 진압 후 선포된 국가비상사태에서 발루켄 의원과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공동대표 등 HDP 소속 의원 10여 명이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연계된 혐의로 구속됐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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