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매체, 강정호 특집…"비자 거부당해 MLB 떠날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강정호(31)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결국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완전히 떠날 것이라는 현지 전망이 나왔다.
지역 매체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5일(한국시간) '강정호의 성공과 수치'라는 제목을 단 장문의 특집 기사에서 그의 야구 인생과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짚었다.
강정호의 아버지가 아들한테 야구를 가르친 것은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데뷔한 1994년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강정호한테 "너도 언젠가는 저렇게 메이저리거가 될 거라고 아빤 믿어"라고 얘기해줬다.
강정호는 2006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 데뷔했다.
강정호와 2011∼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고 현재 넥센의 투수코치로 있는 브랜든 나이트는 강정호에 대한 아주 뚜렷한 인상이 있다.
그의 노력의 흔적인 손바닥 물집이 그렇다.
나이트는 "난 비위가 강한 편인데, 강정호의 손바닥은 보기 징그러울 정도였다. 살면서 그런 물집을 본 적이 없다"고 돌아봤다.
강정호는 2014시즌 넥센 소속으로 117경기에 나와 타율 0.356(418타수 149안타), 40홈런, 117타점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피츠버그는 리그의 수준 차이에 대한 우려에도 강정호를 영입했고, 그는 곧 빛을 봤다.
강정호는 얼마 안 가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의 어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
아들 크리스천이 클럽하우스를 찾았을 때 그는 강정호의 이름과 번호 27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 강정호 가까이에 가서 아이패드로 닌자 게임을 했다고 한다. 이후 강정호의 부모님은 무릎을 다친 아들을 보러 피츠버그를 찾았을 때 크리스천한테 사무라이 복장을 선물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무릎 부상을 딛고 2016시즌에 103경기에 나와 타율 0.255(318타수 81안타),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매체는 시즌 도중 시카고에서 일어났던 강정호의 성폭행 의혹을 언급하며 이것이 강정호의 됨됨이를 의심할 만한 첫 사건이었다고 적었다.
비록 이 사건은 유야무야됐지만, 그는 시즌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큰 사고를 쳤다.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적발된 것만 세 번째 음주 운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메이저리거 탄생에 기뻐하던 한국인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한국인들은 강정호한테 분노했고, 강정호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던 기업들은 전전긍긍했다.
이후 강정호는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그는 피츠버그 구단의 도움을 받아 9월부터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소속으로 뛰었다.
하지만 투수를 상대로 한 라이브 피칭을 오래도록 경험하지 못한 강정호는 곧 한계에 부닥쳤다.
그는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43(84타수 12안타)에 그쳤고, 홈런은 단 1개에 그쳤고, 수비도 불안했다. 아길라스는 강정호를 방출했다.
아길라스의 매니 악타 감독은 "처음에는 팬들이 강정호를 매우 반겼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자 얼마 안 가 인내심이 없어졌다"며 "강정호는 이곳에서 적응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도미니카 윈터리그는 환경이 열악하다. 클럽하우스에도 요리사가 없어 직접 슈퍼마켓에 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 한다. 스케줄도 일정하지 않고 이동 시간도 길다.
악타 감독은 "강정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그는 적응에 실패하면서 힘이 빠졌다"며 "그가 점점 이곳 생활을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악타 감독은 강정호를 방출할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의 앞날도 밝지 않다. 이 매체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와 인연이 완전히 끊길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이 매체는 "피츠버그와 2019년까지 계약이 남은 강정호가 이번에도 비자를 발급하지 못하면 피츠버그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강정호는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강정호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간을 어리석게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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