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컬링 금메달리스트 "한국컬링, 메달 가능성 충분"
캐나다 라이언 프라이, 한국 대표팀에 올림픽 경험 전수
"기술과 실력은 완성 단계…올림픽은 자신감과 멘탈 싸움"
(진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남자컬링 금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라이언 프라이(40)가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의 든든한 조력자로 나섰다.
프라이는 캐나다 브래드 제이콥스 팀에서 서드를 맡은 현역 컬링 선수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에 남자컬링 금메달을 안긴 주역이다.
지난 3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그는 여독을 풀 새도 없이 4일 아침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아 컬링 대표팀 훈련을 도왔다.
프라이는 선수들에게 "이게 마지막 경기, 마지막 샷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봐!"라고 올림픽 상황을 설정해주고, 선수들이 샷을 하자 "완벽했어!"라고 격려했다.
첫 훈련 후 만난 프라이는 "한국 남자팀과는 투어 대회에서 만났다.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투어에서 여자팀 경기도 봤다. 믹스더블팀만 이번에 처음 본다"며 "선수들 모두 좋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팀 모두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기에 오기로 했다. 내가 올림픽 준비를 조금만 도와준다면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컬링 대표팀도 36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1%라도 올리기 위해 프라이를 초청했다.
대표팀은 올림픽 전 국제 수준의 시뮬레이션 경기 개최를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요구해왔으나 사정상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올림피언 특강'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프라이는 친분이 두터운 김경두 경상북도컬링훈련원장의 적극적인 섭외 요청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또 오는 23일부터 2월 4일까지 대표팀을 지도할 예정이다.
경북체육회와 경북컬링협회 예산으로 별도 섭외한 지도자여서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수 없어 인근 숙소에서 선수촌을 오가는 불편도 감수하고 있다.
프라이는 이 시점에서 대표팀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이 "훈련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 기술은 아주 좋다. 올림픽에서는 압박감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프라이는 캐나다팀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과정을 설명했다. 예선 리그전에서 캐나다는 1승 2패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래서 긴장감이 더 커졌다.
캐나다팀은 멘탈 훈련에 집중했다. 긴장감을 내려놓는 훈련이었다.
프라이는 "한국은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에 긴장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를 바란다"며 "평창올림픽 경기장 분위기는 아주 시끄러울 것이다. 코치와 가족, 지인은 물론 모든 사람이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압박감을 많이 느낄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 부담을 이겨내는 해결방안도 제시해줬다.
프라이는 "나와 내 자존심을 위해 싸워라. 다른 사람의 기대는 신경 쓰지 말아라. 오직 자신과 팀만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팀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캐나다 남자컬링이 소치 대회에서 저조한 예선 초반 성적을 극복하고 금메달까지 따낸 비결이기도 하다.
'컬링 강국' 캐나다 공략법도 알려줬다.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감'이다.
프라이는 "캐나다 팀은 아주 강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항상 이긴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캐나다가 강하니까 이긴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이길 것이고, 동등하다고 생각하면 그들을 이길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선수들은 언제나 자신이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캐나다가 국제대회에서 늘 메달권에 진출하는 이유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남자팀도 지난해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까지 올랐다. 이는 한국이 우승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 자신감을 올림픽에서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이렇게 올림픽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런 조언이 저희에게 단비가 될 것"이라며 "금메달리스트가 말해주니 더욱 와 닿는다"고 말했다.
믹스더블 대표 이기정은 "오늘 처음 지도를 받았는데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프라이가 있는 동안 나에게 부족한 점이 뭔지를 찾아내서 그 부분을 채우도록 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배움의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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