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란 반정부시위 지지 美와 '정반대 행보'…천문학적 투자
5천700억원 철도협약·11조원 크레디트라인·16조원 규모대출
'일대일로' 프로젝트 강화용 확장 행보…中, 이란에 우방 과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이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나선 것과 달리 중국은 이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이란 곳곳에서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 등 최소 21명이 총격으로 숨졌고, 수도 테헤란에서는 시위 가담자 450여 명이 체포될 정도로 정정 불안이 이어지는 데 대해 미국과 중국은 극명하게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란 국민이 마침내 자신들의 돈과 재산이 어떻게 약탈당하고 테러에 낭비되는지 알아가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는 트윗을 올렸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이란 국민의 엄청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미국은 이란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돕길 원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인권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외견상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면서 집권 지도부를 곤경에 빠트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와는 달리 중국은 대규모 시위로 인한 정세 불안 속에서 이란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철도건설총공사(CRCC)는 3일 이란 정부와 35억 위안(약 5천700억원)에 달하는 철도 협약을 체결해 이란의 변함없는 우방임을 과시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투자창구 역할을 해온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는 최근 이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지원하게 될 10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을 설정했다. 크레디트 라인은 미리 정한 한도 내에서 고객이 수시로 자금을 빌려 쓰고 갚을 수 있도록 한 대출을 말한다.
중국 국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도 이란 측에 15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대출을 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유한공사(CNPC)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이 이란 사우스 파르스 해상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토탈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노체흐르 도라 텍사스크리스천대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정권이 바뀌길 바라지만 중국은 아니다"며 "오히려 중국은 이란 정부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이란의 경제난을 해결하려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야심 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이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 등으로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그 중심부에 놓여 있다.
도라 교수는 "이란은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핵심 국가로서, 40여 년간 이란에 투자해온 중국은 이란에서 철수할 경우 이란이 큰 타격을 받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강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은 안보리에서 도덕적 비판을 할 것이 분명하지만, 이는 중국에 대한 합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중국은 이미 이란 사태가 국내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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