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사찰…조심해야" 트럼프에 귀띔한 블레어?
울프 발간 '화염과 분노'에 블레어-쿠슈너 만남 내용 담겨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사실무근"…트럼프 사찰 논란 다시 번질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영국 정보기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을 사찰했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특히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같은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 현지언론은 미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신간 '화염과 분노 :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 이같이 내용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과 내부 관계자 등을 포함해 200명 이상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영국 언론이 전한 책 내용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났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영국 정부가 대선 기간 트럼프 선거본부 관계자를 도·감청하는 데서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사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국 정부가 나중에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블레어 전 총리는 설명했다.
책은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의 이러한 발언이 단순한 소문이나 전망, 또는 자신의 추측 등 무엇에 기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얘기를 전해 들은 쿠슈너와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CIA 본부를 찾아 이를 확인하도록 했고, CIA는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했다.
책은 블레어 전 총리가 이같은 내용을 트럼프 측에 전달한 것은 그가 트럼프 정부의 중동 특사 역할을 맡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블레어 전 총리 대변인은 그러나 이에 대해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며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날조"라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총리 측은 "(트럼프 정부와) 특별한 역할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완전히 부풀려졌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국 보수매체인 폭스뉴스는 지난해 3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법무부가 아니라 영국의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를 사찰에 이용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미국의 개입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이러한 주장에 동조의 뜻을 밝히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그러나 GCHQ 대변인은 즉시 "완전히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통상 GCHQ가 언론의 보도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격한 반응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실도 "이 같은 주장은 우스꽝스럽고 무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다시는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