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전자상가 부지 놓고 법정 싸움 비화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용산 전자상가 부지를 놓고 법정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부지 지분의 이중 계약 체결로 부동산 개발·임대 기업과 부지 주주, 사모펀드가 법정 분쟁에 휘말렸다.
7일 법조계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의 분쟁 대상은 용산전자상가 최초로 세워진 나진전자월드다. 총 7개의 건물로 면적은 약 2만9천752㎡에 이른다.
나진전자월드는 고 이병두 회장이 1967년 설립한 나진산업의 소유로,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사망했고 그의 부인과 자녀들은 상속세를 납부하려 나진산업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과 컨벤션센터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를 개발·운영하는 서부T&D는 계열사인 오진상사를 통해 지난해 6∼7월 주주 9명이 보유 중인 나진산업 지분 50.9%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30억원을 지급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40층 규모 건물 3곳에 그랜드머큐어, 노보텔 스위트, 노보텔, 이비스 스타일 등 4개 호텔 브랜드 총 1천700개 객실과 4천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를 갖추고 있다.
서부T&D는 서울드래곤시티 맞은 편에 있는 나진전자월드를 매입해 호텔과 연계한 컨벤션센터를 건립, 국내 최대 규모의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가 나진산업 지분 인수전에 합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IMM인베스트먼트는 나머지 주주들과 나진산업 지분 49.1%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서부T&D와 지분 50.9% 인수계약을 한 주주들에게도 더 비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제시해 성사시켰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나진산업 지분 100%를 2천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했다. 이는 오진상사가 제시한 매매금액보다 900억원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나진산업 지분 50.9%가 오진상사, IMM인베스트먼트와 이중으로 매매 계약을 하게 돼 법정 싸움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오진상사는 서울중앙지법에 나진산업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IMM인베스트먼트가 나진산업 주주들에게 줘야 할 매매대금 중 600억원에 대한 채권가압류도 받아 놓았다.
오진상사 관계자는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300억원을 돌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고, 나진산업 지분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소송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만호 서부T&D 회장은 "나진전자월드 상가 전체를 인수해 컨벤션타운으로 조성하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의 MICE단지를 만들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오진상사와의 소송 당사자는 나진산업 주주들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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