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트럼프타워 회동은 반역적" vs 트럼프 "미쳤다"(종합)

입력 2018-01-04 05:43
수정 2018-01-04 10:07
배넌 "트럼프타워 회동은 반역적" vs 트럼프 "미쳤다"(종합)



트럼프 장남·사위·캠프좌장의 러'내통 의혹 제기 파문…아슬아슬 관계 '파국'

트럼프 "배넌은 나와 거의 직접만나지 못해…대선승리와 무관"

'정권 설계사'의 '반역론' 제기로 뮬러 특검수사에 미칠 파장 주목

(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신지홍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권의 설계사'로 불렸던 자신의 옛 오른팔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극우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대표를 맡은 우파 선동가인 배넌이 지난 2016년 논란의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반역적'이라고 칭한 한 신간 서적의 인터뷰 내용이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3일(현지시간) 전격 공개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 측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미쳤다" "쓰레기 같은 책"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배넌의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캠프 참모 3인방이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타워에서 러시아 측과 회동한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적국과의 '내통'이라는 의혹을 옛 최측근이 제기한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파문은 미 언론인인 마이클 울프가 곧 발간하는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라는 신간에 실린 배넌의 민감한 인터뷰 내용을 가디언지가 이날 발췌,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배넌은 이 인터뷰에서 "2016년 6월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트럼프 맏아들)와 재러드 쿠슈너(트럼프 사위), 폴 매너포트(당시 캠프 선대본부장),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을 흠집 낼 정보를 주겠다고 접근해온 러시아 정보원들 사이에 이뤄진 회동은 반역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캠프의 선임자 3명이 트럼프타워 25층에서 변호사도 없이 외국 정부 측 인물과 접촉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설사 그게 반역이나 비애국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더라도, 다른 건 몰라도 FBI(연방수사국)를 즉각 불렀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배넌으로서는 문제의 트럼프타워 회동이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즉 '러시아 스캔들'의 현장임을 주장한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핵심 조사 대상이 바로 이 회동이다.



배넌이 지목한 3명 가운데 매너포트는 이미 특검에 의해 기소된 바 있다. 배넌은 이 인터뷰에서 특검의 진로가 이제 도널드 주니어와 쿠슈너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야당이라고 부르는 언론과 전쟁을 하는 척한다"며 "그러나 그는 자신을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도록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유출하면서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게 그가 잘하는 유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스티브는 나와 일대일 만남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나에 대한 접근이나 정보 없이 거짓된 책들을 쓰는 몇몇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영향력을 가진 척한다"며 "스티브는 나 또는 나의 대통령직과 무관하다. 그는 해임 당시 자신의 직업을 잃었을 뿐 아니라 미쳤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에서 17명의 후보를 누름으로써 공화당 후보의 자리를 이미 얻은 뒤에야 그는 나를 위해 일하게 된 한 명의 참모였다"며 "스티브는 우리의 역사적 승리와는 거의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스티브는 공화당이 30년 이상 보유했던 앨라배마 상원 의석을 잃은 것과는 전적으로 관계가 있다. 스티브는 나의 기반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는 잘못되고 오도된 설명을 소식통으로 한 쓰레기 같은 타블로이드 픽션"이라고 깎아내렸다.



퍼스트레이디인 맬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스테파니 그리샴 대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멜라니아 여사가 슬퍼 울었다'는 이 책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멜라니아 여사는 대선 승리로 매우 행복해했다"며 문제의 신간에 대해 "할인 소설 섹션에서나 팔릴 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매너포트에 이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좌장을 꿰찼던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과 인종주의의 배후에 있던 '트럼프 정권의 설계사'로 불렸던 인물로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의 대표 출신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막강 실세로 불렸으나 외교 노선 등을 놓고 쿠슈너 고문과 갈등을 빚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됐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들어와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면서 지난 8월 경질돼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종종 비판해왔으며, 승부처였던 앨라배마 보궐선거에서 '성 추문' 후보를 강력히 밀었다가 패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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