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첫 에이전트 시험 합격자 45%가 변호사
NPB 자격증 지닌 재일동포 변호사·미국 로스쿨 출신도 포함
총 94명 합격…합격자 수 예상보다 많아 '기대 반 우려 반'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프로야구 에이전트(공인 선수대리인) 자격시험 합격자의 45%가 변호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4일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에이전트 자격시험 합격자 94명의 직업을 분석했더니 변호사가 전체 45%로 가장 많았다.
마케팅과 에이전시 등 기존 스포츠업계 종사자가 18%로 뒤를 이었고, 일반 회사원이 15%로 3위를 차지했다.
법무사 3%를 포함하면 합격자 중 법률 계통 종사자 비율은 48%로 절반에 육박한다.
변호사 중엔 미국 로스쿨 출신도, 일본야구기구(NPB) 대리인 자격증을 소유한 재일동포 법조인도 있다.
선수협회는 합격자를 대상으로 제출한 자료 중 허위 진술한 내용이 없는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공인 작업을 거쳐 5일 이후 프로야구 첫 공인 에이전트를 발표한다.
선수협회는 지난해 12월 22일 공인 대리인 시험을 치렀다.
시험 과목은 ▲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 ▲ KBO 규약(부속 선수계약서 포함) ▲ 협정서(한미·한일·한국 대만·프로·아마추어) ▲ KBO 리그규정 ▲ KBO 기타 규정(상벌위원회·야구 배트공인·국가대표운영 규정 등) ▲ 국민체육진흥법 중 벌칙규정 ▲ 한국도핑방지규정 중 선수협회가 지정하는 규정 ▲선수협회가 지정한 법률상식 등 8개였다.
당시 시험에는 자격을 얻은 총 168명 중 149명이 응시했다.
선수협회는 4교시에 시험을 나눠 치러 8개 과목 모두 60점 이상의 절대 평가로 합격자를 선발했다.
김선웅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응시자의 ⅔가 합격했다"면서 "모의고사에선 110명 중 7명만 합격해서 난이도를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첫 에이전트 최종 선발을 앞둔 김 총장은 "앞으로 선수는 경기력 향상에 신경을 쓰고, 계약 문제와 스폰서 물색 등은 에이전트가 하는 것으로 임무가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인 선수대리인들은 선수 활동 기간 시작인 2월 1일부터 선수들과 접촉해 대리인 계약을 할 수 있다.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의 연봉 협상, 자유계약선수(FA) 협상 등 본격적인 업무는 올 시즌 후부터 한다.
김 총장은 정운찬 신임 KBO 총재의 프로야구 산업화 기조 확립에 에이전트 제도가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 총재가 프로야구 산업화를 핵심으로 얘기했는데, 산업화의 핵심은 선수"라면서 "앞으로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선수 몸값만 높이는 게 아니라 선수 이미지 관리, 광고·후원사 계약 등에서 에이전트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야구계에서야 야구 선수들이 인기 있지만, 광고에선 매력이 없는 게 사실이며 구단들이 소속 선수를 모기업 광고에만 출연토록 하는 등 제한도 많다"면서 "에이전트가 그런 것들을 조금씩 풀어가면서 선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선수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품격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팬 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는 게 김 총장의 설명이다.
김 총장은 합격자 수가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시장 규모에서 20∼30명 정도의 에이전트가 활동하지 않을까 예상했다"면서 "94명이나 합격해 현재 대리인과 계약할 선수보다 에이전트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험을 통과한 에이전트는 다시 시험을 치지 않고 2년 마다 자격 재심사만 통과하면 된다.
선수협회는 에이전트 급증 현상을 막고자 2년 안에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하지 못하는 에이전트의 공인을 취소하기로 했지만, 올해 7월에도 두 번째 에이전트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 당분간 에이전트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은 "선수 연봉 규모가 700억원, FA 계약금을 포함해도 우리 프로야구 시장 규모가 1천억원으로 작은 편"이라면서 "1천억원의 5%인 50억원을 대리인 보수라고 볼 때 에이전트 50명만 있어도 평균 연간 매출이 1억원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이 수치도 모든 선수가 에이전트를 고용한다는 가정에 따라 나온 계산이다.
시장 규모도 작고, 광고 시장도 활성화하지 않은 현 실정에서 연봉 1억원 미만을 받는 선수들이 5% 계약금을 줘가면서 대리인과 계약할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웬만한 거액 몸값 선수들은 매니지먼트 계약 형식으로 이미 에이전트를 둔 상태라 이번에 뽑힌 에이전트와 새로 손을 맞잡을지도 알 수 없다.
김 총장은 "현재로선 몸값 상위 20∼30% 정도 선수만이 에이전트를 고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인 선수대리인 1명(법인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선수는 총 15명(구단당 최대 3명)이다.
검증되고 공인받은 법률가 에이전트에게 선수가 몰리는 에이전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 총장은 "변호사 중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들이 많지 않기에 이들이 에이전트로 활동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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