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연작소설집 '이상한 사람들' 새롭게 출간

입력 2018-01-03 17:11
수정 2018-01-03 17:32
최인호 연작소설집 '이상한 사람들' 새롭게 출간

기이하고 누추한 사람들의 이야기 세 편, 동화처럼 그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최인호(1945∼2013)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집 '이상한 사람들'(책읽는섬)이 새롭게 출간됐다.

이 소설집에 연작소설 형식으로 담긴 세 개의 단편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포플러나무', '침묵은 금이다'는 최인호 작가의 대표작들이 지닌 대중성이나 도시적 감수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세 편의 작품은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이상한 사람들의 기묘한 이야기를 동화 같은 환상성을 담아 풀어낸 소설들이다.

1981년 '문학사상'에 발표한 연작소설로 작가가 30대의 젊은 시절에 쓴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나중에 천착하게 되는 철학적, 종교적인 색채를 이때부터 보여준다.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여 출간된 것은 2006년 11월인데, 이번에 11년 만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로 단장해 나왔다.

세 작품 모두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왜, 어떻게 이상한 사람이 되었을까.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에서 주인공은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더러운 개천물이 흐르는 다리 밑에서 거지의 아들로 태어나 '작은 노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아기 시절 다리 밑에서 거적을 깔고 자다 갑자기 일어난 홍수에 떠내려가 엄마를 잃은 그는 이후 평생 홍수에도 떠내려가지 않는 집을 갖기를 꿈꾼다. 집을 갖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돈을 벌러 나오지만, 글자 하나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그에게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그는 다시 도시에서 장님처럼 보이며 동냥을 하고 평생 구걸 끝에 노인이 되어 아주 작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마저도 시청에서 투구를 쓴 사람들이 몰려와 도시계획에 따라 공원을 지어야 한다며 부수려 한다.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고 그에게 남은 것은 "한 잔의 우유와 식빵 두 개, 말린 건어물, 그리고 우표 한 장 살 수 있는 돈"에 불과하다. 그는 이제 공원의 일부가 된 집터에 작은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포플러나무'에는 불의의 사고로 세 아이와 아내를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남자가 포플러나무를 심고 그 위로 높이뛰기를 하다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르는 이야기가, '침묵은 금이다'에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던 남자가 갑자기 말하기가 싫어져 침묵을 택하면서 이상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의 추천사로 "누가 이들을 이상하다고 하는가. 이 누추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마에 낙인을 찍은 자, 누구인가. 작가는 일견 기이해 보이는 인물들의 인생유전을 통해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묻는다. 우리 삶의 숨겨진 모퉁이를, 멈추어 돌아보게 만든다"고 했다.

최인호 작가는 이 책의 첫 출간 당시 '작가의 말'로 "25년 만에 '이상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내가 쓴 소설이었으면서도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며 "이제 와 생각하니 우리들의 인생이란 한갓 풀 같은 것. 들에 핀 들꽃처럼 한번 피었다가도 스치는 바람결에 이미 사라져 그 서 있던 자리조차 찾을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꿈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라고 썼다.

김무연 그림. 100쪽. 1만2천 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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