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이어받을까…리안갤러리 '한국의 후기 단색화' 展
이배·김근태·남춘모 등 11명 작가 참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단색화 열풍이 약간 주춤해요. 이럴 때 그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과 단색화를 이을만한 작가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죠. 해외 갤러리들도 최근 한국을 찾을 때마다 단색화 다음 작가는 누구냐고 문의하고요."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한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후기 단색화'를 내걸고 11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단색화 열풍의 시초랄 수 있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기획했던 윤진섭 큐레이터가 리안갤러리와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윤 큐레이터가 정의하는 후기 단색화 작가들은 초기 단색화 작가들의 제자 세대로, 1960년대 이후 한국 근대화를 몸으로 체험한 이들이다. 예술 행위를 수양의 수단이 아닌 의식의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도 선대와 다른 점이다.
멀게는 1970년대부터 단색조 작업을 꾸준히 해온 이들 중에서 독창성 있는 작업 세계를 가진 작가들을 이번 전시의 주인공으로 택했다. 김근태, 김이수, 김춘수, 김택상, 남춘모, 법관, 이배, 이진우, 장승택, 전영희, 천광엽 작가다.
윤 큐레이터는 3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스트 단색화' 작가들은 전기 단색화 작가들, 즉 '거산'의 그늘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작업을 계속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가들은 단색화 붐이 인다고 갑자기 뜨거나, 갑자기 단색조 작업을 한 작가들이 아니에요. 여기 온 김춘수, 김택상 작가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김근태 작가는 1970년대부터 했고요. 제일 연배가 어린 김이수 씨만 해도 10년이 넘었죠."
형태 없는 단색의 캔버스 작업을 하는 김근태 작가는 "아흔다섯 노모가 '너는 환갑이 넘었는데 하얗게 칠만 하고 그림은 언제 그리느냐'고 하더라"라면서 "조작되지 않는 세계를 (단색 캔버스로) 나타내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택상 작가는 "단색화라는 경향성이 서구 현대미술의 맥락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제 서구에서도 알아봤다"라면서 "그러한 맥락을 제대로 된 용어로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필요한데 이번 전시가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량의 물감을 푼 물에 캔버스 천을 담갔다가 말리는 일을 반복해 만든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작가들은 단색화라는 수식어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김춘수 작가는 "(전기 단색화 작가들은) 한국 미술이 세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하고 함께 이뤄냈다"면서 "우리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상태에서 출발했으니 그분들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월 24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도 3월 8일부터 4월 14일까지 같은 전시가 이어진다. 문의 ☎ 02-73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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