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본질은 생명…정신·물질 이원론서 벗어나야"
최민자 교수의 신간 '빅 히스토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주의 본질 자체가 생명이고 생명의 전일적 흐름과 연결되지 못한 것은 결국 허구다. 생명 차원의 통섭을 배제한 거대사(빅 히스토리)란 시간의 파편들의 단순한 집적(集積)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사상을 전공한 최민자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또다시 '생명'이란 화두로 돌아왔다. 그는 최근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두툼한 학술서 '빅 히스토리'를 출간했다.
최 교수는 정치학으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석사학위, 영국 켄트대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스피노자 사상을 고찰한 연구서를 펴내기도 했지만, '생태정치학'이나 '생명에 관한 81개조 테제' 등 생명을 다룬 책을 더 많이 썼다. 교수가 된 뒤에는 한국정치학회와 동학학회에서 모두 활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내놓은 신간의 제목은 친숙하다. 2013년 국내에 번역·출간된 데이비드 크리스천과 밥 베인의 저작과 동일하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빅뱅 이후 현재까지 137억 년이라는 시간을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분석했다.
최 교수의 '빅 히스토리' 역시 집필 의도는 다르지 않다. 그도 학문의 통섭을 통해 우주의 탄생, 생물의 진화 과정을 파헤치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시도한다.
다만 저자가 거대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개념은 생명이다. 그는 크리스천이 생명을 간과했다고 비판하면서 "빅뱅으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한다면 '애초에 무엇이 빅뱅을 일으켰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상충하는 이론인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해 '창조적 진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처럼 근대적 이분법을 거부하면서 "정신·물질 이원론에 입각한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현상계와 본체계의 상관관계를 조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명을 물(物)로 귀속시키는 철학, 단선적 사회발전 이론도 부정하는 저자는 "새로운 문명을 열기 위해 우리가 처음 대면하는 존재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각종 문제의 해결책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시는사람들. 808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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