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 마친 '광주 3남매'…영정도 없이 하늘로 돌아가
3남매 화장·영결식 열려…엄마는 소식 못 듣고 아이들 보금자리서 현장검증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엄마가 일으킨 화재로 숨진 4살·2살·15개월(사망 당시) 세 남매가 세상에서 보낸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하늘로 돌아갔다.
3일 광주 영락공원묘지 승화원에 영정 없는 작은 관 3개가 차례로 들어섰다.
어른 두 명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옮긴 관에는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두암동 임대아파트 화재로 숨진 세 남매가 누워있었다.
가족들은 운구 행렬을 따르지 못하고 너무나도 일찍 세상을 떠난 세 남매 마지막 길을 먼발치에서 지켜봤다.
아빠는 아이들 관이 하나씩 화장장에 들어설 때마다 목발을 짚은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제자리만 맴돌았다.
세 남매를 '천사들'이라고 불렀던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는 서로에게 기대며 주저앉았다. 화장장 문이 잠기는 순간을 바라보지 못했다.
짧은 생을 살다간 세 남매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특별한 장례의식 없이 화장장에서 시신을 화장하는 것으로 영결식을 치렀다.
아이들이 화장장에 들어선 시각 세 남매 엄마 정모(23)씨는 양손에 붕대를 감고 손목에는 수갑을 찬 채 경찰서 건물을 나섰다.
세 남매 보금자리였던 아파트 작은방에서는 이날 경찰 현장검증이 열렸다.
담뱃불을 부주의하게 관리해 집안에 불을 낸 엄마는 두 손에 화상을 입었던 지난달 31일 새벽의 기억을 경찰관 앞에서 재구성했다.
경찰에 구속된 정씨는 아이들 화장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고려해 경찰은 세 남매 장례가 치러진다는 사실을 정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불을 끄고, 담배꽁초를 던져 불이 나게 해 3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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